애큐온캐피탈 CI.

이 기사는 2026년 3월 9일 16시 2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본격적으로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매각 측이 최소 1조2000억원대의 기업가치를 제시한 가운데, 원매자들 사이에서는 거래 성사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EQT파트너스는 최근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 매각을 위해 잠재적 인수 후보들에 투자설명서(IM)를 발송했다. 매각 대상은 애큐온캐피탈 지분 96.06%로, 애큐온캐피탈이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두 회사를 패키지 형태로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인수 수요에 따라 분리 매각 가능성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이 제시한 기업가치는 1조원 초중반 수준이다. 애큐온캐피탈의 자기자본(1조1900억원 수준)에 업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 0.98~1.04배를 적용한 수치다. 통상 캐피탈사 매물이 PBR 1배 안팎에서 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매각 측의 희망 밸류에이션은 표면적으로 무리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원매자들 사이에서는 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큐온캐피탈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중소기업 대출 등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자산 비율이 높은 점이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애큐온캐피탈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약 5941억원이다. 이 가운데 비주거용 사업장이 32%, 중·후순위 대출이 48%를 차지해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업권 전반의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둔화로 캐피탈사와 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캐피탈업계의 경우 PF 부실이 본격적으로 인식될 경우 추가 충당금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용평가업계는 PF 관련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향후 업권 전반의 건전성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애큐온캐피탈의 구조적 한계도 매각 흥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와 달리 독립 캐피탈사인 만큼 조달 비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캐피탈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애큐온캐피탈의 누적 조달비용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5.3% 수준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다.

애큐온저축은행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자산 규모 6조원 이상으로 업계 5위인 데다, 영업구역이 수도권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12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영업이익 360억원) 대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도 300억원에서 순손실 91억원으로 돌아섰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예대마진 축소 등으로 저축은행 업권 전반의 수익성이 약화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매각가와 업황 사이의 괴리가 거래 성사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실제로 EQT파트너스는 지난해부터 애큐온캐피탈 매각을 위해 원매자들을 접촉했지만, 인수 의향을 보인 곳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캐피탈사와 저축은행 모두 부동산 PF 리스크와 수익성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어 투자자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고금리 채권 차환 부담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저축은행 실적이 언제 회복될지에 따라 매각 성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