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특정 정유 테마주가 120% 넘게 폭등하는 등 투자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에 편승한 투기적 매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정유 테마주로 분류되는 일부 종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ANKOR유전 주가는 일주일 새 127.91% 치솟으며 유가증권시장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흥구석유와 중앙에너비스도 각각 56.73%, 49.95% 급등하며 코스닥 상승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래픽=손민균

문제는 일부 종목이 실적과 무관하게 ‘석유화학’ 키워드에 묶여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달 상장폐지를 앞둔 한국ANKOR유전은 이미 2022년 유전 지분 80%를 4700만달러(약 641억원)에 처분해 추가 수익 회수 가능성이 희박하다.

흥구석유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25년 잠정 실적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12원인데, 이날 종가(2만7950원)를 대입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2329배에 달한다. 1년 이익의 2300배가 넘는 가격에 주식이 거래되는 셈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유주라고 묶여 함께 오르고 있어도 그중에는 정작 유가 상승이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업이 있다”며 “기업 펀더멘털(기초 체력)과 무관하게 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기업들로 자금이 유입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의 조기 종식과 장기화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한데 섞여 있어 판단이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과잉 반응이 일어나는 형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일러스트=챗GPT

일부 정유 관련 테마주에서 주가가 과열되는 조짐이 보이자 한국거래소도 경고에 나섰다. 한국ANKOR유전과 흥구석유는 지난 6일부터 시장경보제도에 따라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한국석유, 극동유화 등도 지난 5일 하루 동안 투자 주의 종목으로 지정됐었다. 시장경보제도는 한국거래소가 투기적 또는 불공정 거래 가능성이 있거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종목에 대해 주의·경고·위험의 3단계로 위험을 사전에 알리는 제도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셜미디어(SNS)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증시 급락이나 조정 국면에서 실적과 무관한 테마주 중심의 투자 경향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단기 급등한 테마주는 6개월이나 1년 뒤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사례가 많아 장기 투자 관점에서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지 못했던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포모(FOMO·기회 상실의 공포)’ 현상으로 테마주에 쏠리고 있다”며 “실제 수익이 나고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지 기본적인 재무제표나 PER, PBR 등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지표를 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