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3월 9일 15시 4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생활가전 기업 위닉스가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을 철회했다.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상장사 중 처음으로 자사주 처분 계획을 취소한 것이다.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 인수 이후 지속적인 자금 대여로 부족해진 현금 여력을 확보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됐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닉스는 6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철회했다. 위닉스는 지난달 24일 보유 중이던 자사주 206만5521주 중 일부를 기초로 하는 EB 발행을 발표한 바 있다. 인수자는 제이비우리캐피탈, 부국증권, 라이프자산운용 등 금융사와 개인 등이었다. EB로 조달한 자금은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 매입 대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위닉스의 EB 발행 배경에는 2024년 인수한 파라타항공이 있다. 위닉스는 2024년 7월 플라이강원을 인수하고 사명을 파라타항공으로 변경했다. 플라이강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와 부채 누적 등에 따른 유동성 부족으로 기업 회생과 공개 매각을 추진해 왔으나, 인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3차 입찰에서야 위닉스가 나서면서 매각이 이뤄졌다.
파라타항공은 지난해 10월 본격적인 취항에 나서면서 운영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현재는 스스로 운영 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에 위닉스가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위닉스가 파라타항공에 지원한 자금은 현재까지 1145억원에 달한다. 이 중 950억원은 유상증자 대금으로 출자전환했고 상환이 이뤄진 자금은 20억원에 불과하다. 자금 대여 잔액은 현재까지 175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위닉스의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위닉스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69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차입금도 440억원 수준으로, 가전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 구입 비용조차도 마련하기 빠듯한 상황이다.
이번 EB 발행이 막히면서 위닉스는 별도의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후속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위닉스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위닉스가 뒤늦은 대응으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차 상법 개정안 통과가 기정사실화됐던 만큼 대부분 기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선제적으로 자사주를 직접 매각하거나 EB를 발행하는 등 ‘자사주 처분 랠리’를 벌였다는 것이다. 위닉스는 지난달 말에야 EB 발행 계획을 내놓았다. 이번 EB 발행 철회는 3차 상법 개정안으로 기업이 자진해서 EB 발행을 중단한 유일한 사례다.
3차 상법 개정안은 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25일 국회를 통과했으며, 이달 6일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공포됐다. 시행은 공포와 동시에 이뤄졌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는 취득 1년 이내에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 소각 이외의 처분은 임직원 보상과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 일부 목적에 국한된다. 위닉스가 계획했던 EB도 간접적으로 자사주를 외부 투자자에게 처분하는 형태인 만큼 개정 상법에서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