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오일 쇼크’가 국내 증시를 덮쳤다. 세계적인 원유 교역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국제 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여파가 컸다. 유가증권시장에는 역대 8번째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33.00p(5.96%) 내린 5251.87, 코스닥은 52.39포인트(p)(4.54%) 하락한 1102.28,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주간종가 대비 7.90원 오른 1492.90원을 기록했다. 2026.3.9/뉴스1

코스피 지수는 9일 전 거래일보다 5.96%(333.00포인트 하락한 5251.87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19.50포인트(5.72%) 내린 5265.37로 장을 출발했다. 오전 중 하락 폭은 점차 커져 지수가 8% 넘게 급락했고, 3거래일 만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에도 이날 오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시 순매도가 시장을 끌어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2000억원, 기관은 1조5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다만 개인들의 저가매수세가 들어오며 서킷 브레이커 이후 추가 낙폭은 줄어들었다. 개인은 4조6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5200선을 방어했다.

주말 동안의 겹악재가 월요일 장이 열리자마자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여기에 미국의 고용 지표도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금융시장의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오전 11시 33분 119.48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선 영향이 컸다.

외부 악재에 대형주의 낙폭도 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7%, 9% 넘게 하락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이 투매를 이어가며 대형주가 부진했다”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가세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하락 중”이라고 말했다.

유가 관련주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SK가스 등 에너지주는 강세를 보였지만, 유가 급등에 항공주와 완성차 관련주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8% 넘게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는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 급등을 반영하며 급락을 재현 중”이라며 “상승 종목은 코스피 지수에서 60여개에 불과하며 지정학적 리스크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방산, 정유 업종 등으로도 무차별적 하락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의 저가 매수세가 코스피 5200선을 지켜냈다. 이 연구원은 “지난주 등락에서 5000포인트에 대한 신뢰도가 형성됐고 학습 효과는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54%(52.39포인트) 하락한 1102.2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이 5452억원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과 기관이 각각 5170억원, 495억원 순매수했다.

강 연구원은 “전쟁 장기화 우려에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도 악화됐다”면서 “코스닥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와 다음 주 기업성장펀드(BDC) 시행 등 기대감 유입에도 투매에 반등세 유지를 실패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