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간 전쟁으로 인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지난주 나흘간 열린 코스피시장에서 3000건 이상의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된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성 완화 장치(VI·Volatility Interruption)란 특정 종목의 주가가 일정 비율 이상 급등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제동을 거는 장치로, 지난 2014년부터 도입됐다. 증권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가격 제한 폭을 하루 ±15%에서 ±30%로 확대 적용함에 따라 주가가 급변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마련한 안전장치다.
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코스피 시장의 VI 발동 건수는 총 3314건(주식·수익증권·상장지수펀드·상장지수증권 모두 포함)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828.5건꼴로 VI가 가동된 셈이다. 이는 지난 1월(134.3건)과 2월(183.4건)의 일평균 발동 횟수와 비교할 때 4~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종목의 변동성이 컸는데, 지난 나흘간 전체 VI 발동 건수 중 절반이 넘는 65.5%(2172건)가 이들 종목에 집중됐다. 가장 자주 발동된 종목은 ‘N2 월간 레버리지 방위산업 Top5 ETN’으로 총 83회를 기록했다. 중동 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방산 테마를 겨냥한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많은 점이 영향을 줬다. 이어 ‘N2 방위산업 Top5 ETN’(42건), ‘키움 레버리지 K방산 TOP5 ETN’(35건) 등 방산 관련 상품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개별 종목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조치도 이어졌는데.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 4일에는 코스피·코스닥 시장 모두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 9·11 테러급 급락… 관건은 ‘포탄’ 아닌 ‘유가’
이번 증시 변동성은 과거 주요 전쟁 등의 지정학적 사건들이 터졌을 때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 3~4일 이틀간 약 18% 급락했다가, 5일에는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9.63% 급등하는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이는 2000년대 이후 발생한 이라크 전쟁(2003년), 이란 솔레이마니 사망(2020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2023년) 당시 지수 변동 폭이 대부분 ±3% 안팎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이다. 사건 다음 거래일 12.02%가 폭락했던 2001년 9·11 테러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9·11 테러 당시에도 증시가 한 달 만에 8.74% 상승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도 당일 2.6% 하락 후 한 달 뒤 3.14% 반등했다.
그렇더라도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전쟁 이벤트를 넘어 ‘유가 변수’가 크다보니 과거와 패턴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쟁 자체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물가와 환율 등 실물 경제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하기 때문에 국제유가 급등으로 조정이 길어졌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