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3월 5일 15시 4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운영 기업 채비가 공모 자금의 최대 25%를 빚 청산에 배정했다. 상장 추진 과정에서 경영권 지분을 담보로 300억원 대출을 끌어온 데 따른 것으로, 현금 흐름 임계점에 도달한 채비가 마지막 카드로 상장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채비는 지난해 10월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300억원을 차입했다. 채비가 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지난 2월 승인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진행되던 시점에 외부 대출을 받은 셈이다.
대출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채비는 해당 대출 약정에서 ‘IPO 기한 내 상장 미완료 시 최대주주(정민교 대표)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수락했다. 지분 38.24%(상장 전 기준)를 보유한 창업주가 자금 조달을 위해 경영권을 담보로 내건 ‘배수의 진’을 쳤다는 평가다.
IB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이 최대주주의 지분 담보라는 강도 높은 조건을 수용하며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 것은 이례적인 사례”라며 “공모 자금이 들어오기 전까지 단 몇 개월도 버티기 힘들 만큼 채비의 현금 소진이 극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비는 300억원 차입금을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발주한 ‘2025년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사업’에 도전해 사업자로 선정된 데 따른 것으로, 총 138면의 급속 충전기를 구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 회사는 적자 기업이어도 성장성이 높으면 상장 기회를 주는 ‘이익 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를 통해 코스닥시장 상장을 시도 중이다. 이 요건을 충족하려면 매출 성장세를 유지해야 하기에 무리한 차입을 통해서라도 충전 인프라 확장을 지속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채비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부터 운영까지 수행하는 국내 1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운영(CPO) 사업자이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chasm) 여파로 흑자 전환이 지연되며 재무적 압박을 받아왔다.
7개월 넘게 표류한 끝에 채비는 지난 2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획득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테슬라 요건 상장 기업을 향한 투자는 공모 자금을 활용한 ‘미래 성장’이 핵심인데, 조달 금액의 상당 부분이 과거 상장을 위해 빌린 대출금을 갚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채비는 이번 상장에서 1000만 주를 전량 신주로 모집해 1230억~153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주당 희망 공모가는 1만2300~1만5300원이다. 만약 공모가가 하단(1만2300원)에서 확정될 경우, 전체 공모액의 24%가 넘는 금액이 미래에셋증권 대출금 300억원을 갚는 데 투입된다.
일각에선 현금 흐름 ‘임계점’에 도달한 채비가 상장 후로도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계속할 수 있다는 평가마저 내놓고 있다. 채비는 2027년이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전기차 캐즘이 길어질 경우 손익 개선도 덩달아 지연될 수 있어서다.
채비의 3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은 약 667억원으로 집계됐다. 단기차입금, 유동성장기차입금 및 12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가 포함된 것으로, 부채비율은 171%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의 차입금 300억원 가산시 차입금은 1000억원 가까이로 뛴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상장 시 최대주주 지분 담보 근질권 효력은 소멸된다”면서 “이 경우 최대주주는 개인적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되겠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가치 희석과 투자 재원 감소라는 형태로 주주들에게 전이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채비는 재무구조 개선과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 충전 인프라 확충에 배정한 공모 자금의 일부를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빌린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기존에 집행된 시설 투자의 재원 구조를 공모 자금으로 전환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