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여파로 코스피가 이틀 동안 18% 급락한 뒤 5일 하루 만에 10% 급등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글로벌 주요국 증시에 비해 과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보고서를 통해 “전쟁이라는 강한 충격이 갑작스럽게 가해진 만큼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지표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면서도 “이번 급등락은 국내 주식시장이 소수 종목에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적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하루 변동 폭이 10% 안팎에 달한 반면 전장의 당사국인 미국 주가지수의 일평균 변동이 1%에도 못 미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변동성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거시 변수의 움직임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한국이 중동에서 원유의 60~70%를 수입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우려는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나 환율 같은 지표에 먼저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금리와 환율은 여전히 기존 추세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어 중동 사태가 경제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만으로 주가지수의 과도한 변동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가지수 급등락의 원인으로 과도한 종목 쏠림을 짚었다.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반면 미국 S&P500 지수에서 상위 두 종목의 비중은 10% 초반 수준에 그친다.
정 연구원은 이 현상을 단순한 시장 구조 문제가 아니라, 이번 경기 사이클의 특징인 ‘K자 경기’와 맞물린 위험 신호로 해석했다. 그는 “현재 경기 사이클의 가장 큰 특징은 이른바 ‘K자 경기’로 불리는 심각한 양극화”라며 “최근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과정에서도 반도체의 기여도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반도체의 성장 기여도는 24.4%에서 2월에는 34.7%까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정 연구원은 “현재 국내외 경기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성장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특정 산업과 기업에 대한 쏠림이 심화될수록 경제는 외부 충격에 더 민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경기 하락 국면에서 낙폭이 더 커질 수 있고, 체감 경기의 냉각 속도도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최근 중동 사태를 계기로 나타난 과도한 주가 변동성은 이러한 구조적 위험을 선제적으로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