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반면 개인 투자자는 오히려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포감에 무턱대고 팔아치우는 것이 아닌 하락장을 기회로 보고 매수에 나서는 ‘스마트 개미’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러스트=챗GPT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4일 이틀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6729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6조1404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중동 사태 여파로 지수가 급락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지수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보고 ‘지수 쇼핑’에 나선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은 낙폭이 컸던 대형주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간 개인 순매수 1·2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다만 날짜별 수급 흐름을 보면 개인 투자자의 불안 심리도 일부 나타났다. 3일 중동 사태 발발로 코스피 지수가 450포인트 넘게 급락하자 외국인은 5조원 넘게 매도한 반면 개인은 5조8000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12% 가까운 폭락이 이어지자 장 초반 개인은 1조원 규모 순매도에 나섰다. 이후 장 마감에 가까워지며 지수가 5000포인트대에 근접하자 다시 79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증시 하락장을 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시장 급락 시 개인 투자자들이 공포감에 매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낙폭 과대 구간에서 매수에 나서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었지만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없을 거란 분석이 이어졌고 과거 하락장 시기에도 늦어도 일주일 뒤엔 낙폭을 회복했던 경향이 있었다”며 “이를 고려한 개인 투자자들이 전략적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하락장에서도 투자자 예탁금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3일 역대 최고인 129조8188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 투자를 위해 넣어둔 현금으로 ‘증시 대기 자금’을 의미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락장에서도 투자자 예탁금이 늘었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심리가 계속 남아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지수 하락을 기회로 보고 저점에서 매수하려는 니즈에 맞추어 대기성 자금이 더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하는 신용 거래 융자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신용 거래 융자 잔고는 32조804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용 거래 융자 잔고 규모가 크게 증가한 만큼, 급락장에 개인 투자자가 급하게 들어갈 경우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사는 주가가 하락해 신용거래융자의 담보비율이 140% 이하로 떨어지면 추가 증거금 납입을 요구하고, 투자자가 다음 날까지 채우지 못하면 그다음 날(D+2) 장 시작과 동시에 보유 주식을 하한가로 강제 청산할 수 있다. 3~4일 동안 코스피가 20% 급락한 만큼, 담보 부족에 따른 투자자의 위험도가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받아내는 수급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시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단기 투기성 자금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 상장지수펀드(ETF) 1, 2위는 ‘KODEX 레버리지’(1조762억원),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7458억원)였다.

이상연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의 자금은 변동성에 민감해 수급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증시 자금 유입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증시 입장에서는 안전판이 될 수 있는 중장기성 자금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