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12% 급락했던 코스피 지수가 이튿날 10% 가까이 폭등하며 유례없는 ‘V자 반등’을 연출했다. 과거 폭락장 뒤의 복구력이 낙폭의 절반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폭발력이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 속 단기 급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되돌림 압력도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90포인트 오른 (9.63%) 오른 5583.90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12.06% 급락하며 1980년 지수 출범 이래 ‘역대 최대 하락률’이라는 불명예를 쓴 지 단 하루 만에 기록적인 불기둥을 세운 것이다.
이번 반등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회복의 강도와 속도다. 2023년부터 2026년까지 발생했던 주요 대외 악재성 급락 사례 3건을 분석한 결과, 지수는 폭락 후 2거래일 동안 낙폭의 약 50%를 회복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이번에는 단 하루 만에 어제 잃어버린 수치의 약 80% 이상을 되돌려 놓으며 과거 그 어떤 V자 반등보다 깊고 가파른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1월 5일 인공지능(AI) 고평가 우려로 증시가 흔들렸을 당시, 코스피는 당일 장중 6% 떨어질 정도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등 직전 일인 7일 코스피는 3953으로, 다음 거래일 코스피는 4073으로 반등하며 약 3% 상승했다.
또 2025년 4월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로 무역 갈등이 확대됐을 당시 코스피 지수는 하루 5.5% 하락했다. 이후 지수가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하는 데는 3거래일이 걸렸고, 반등 폭은 약 4.8% 수준이었다.
미국발(發) 경기 침체 공포로 증시가 급락했던 2024년 8월에도 반등 폭이 지금보다 완만했다. 당시 8월 5일 코스피 지수는 8.8% 급락했고, 다음 거래일 반등 폭은 3.3%에 그쳤다.
이처럼 과거보다 반등 강도가 커진 배경으로는 증시 유동성 확대가 꼽힌다.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이벤트에 대한 반응 강도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코스피 시장 거래량은 16억3760만주로, 올해 초(4억633만주) 대비 4배 증가했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상승 폭이 컸던 점도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도하게 빠른 속도로 급등한 데 따른 빠른 주가 되돌림 성격이 강하다”며 “외국인 입장에서도 바깥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전 세계에서 유동성과 환금성이 가장 좋은 한국 시장에서 현금화하려는 전략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변동성이 여전히 큰 만큼 기업의 펀더멘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향후 증시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는 미국과 이란 간의 확전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꼽힌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증시에서 패닉 셀링 이후 흐름은 ‘V자’보다는 ‘W자’ 반등이 더 자주 나타난다”며 추가 급등락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락장에서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이라며 “경기 사이클 확장 국면에서는 하락 폭이 대체로 20% 내외였던 만큼 단기 급락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