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중동 전쟁으로 확산하면서 5700선까지 후퇴했던 코스피 지수가 4일 12% 넘게 하락한 끝에 5090선까지 밀려났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698.37포인트(-12.06%) 하락한 5093.5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한때 732.46포인트(12.65%) 급락해 1998년 거래소 집계가 시작된 이후 지수 포인트, 하락률 기준 모두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일 대비 10.1원 오른 1476.2원에 오후 거래를 마쳤다.

미·이란 간 무력 충돌 확대로 이달 들어 연속적으로 급락장이 연출되자 시장의 관심은 ‘변동성 장세의 끝’이 어디인지로 옮겨가고 있다. 이번 리스크의 전개 방향에 따른 코스피 향방에 대한 증권사 전망을 세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해 봤다.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이란의 반격으로 무력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흐를 조짐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시선은 증시 하락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할지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여부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로, 중동 산유국이 수출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이곳을 지나간다. 이 때문에 통항 차질 여부는 국제 유가뿐 아니라 에너지·원자재 가격, 환율 등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좌우하는 핵심 분기점으로 꼽힌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에너지 정상화’다. 현재와 같은 군사 충돌이 일정 기간 이어지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빠르게 정상화될 경우 에너지 공급 충격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날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필요한 경우 미 해군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점은 이 시나리오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이어지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소될 경우 LNG와 정유 공급 차질이 단기간 내 복구되면서 유가 프리미엄이 낮아지고 환율 안정과 함께 외국인 매도세도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충돌 장기화 시 업종 차별화 가능성

두 번째는 군사적 충돌이 장기간 이어지는 ‘저강도 고착 시나리오’다. 현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은 채 긴장이 장기화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 등 대규모 전면전으로 확전되지는 않지만 군사 충돌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위험 해역으로 남아 있어 통항 제한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경우 해상 운임과 보험료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에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교전이 시작된 이후 국제 유가는 약 30% 상승해 배럴당 8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전쟁 초기 충격으로 인한 지수 하락이 마무리된 이후 업종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디램(DRAM) 공급난이 2027년 중반에야 수급 균형에 맞춰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반도체 업황의 중장기 개선 기대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유 업종의 경우 중동 지역 공급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석유 제품 가격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수혜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면 유가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는 화학·항공·여행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공급망 충격 시 지수 하락 지속할 수도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군사 충돌이 에너지 공급망에 반복적인 충격을 줘서 실물 경제에 차질이 확대되는 경우다. 정유·액화천연가스(LNG) 운송과 저장, 벙커링 등 에너지 물류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나 운영 차질이 이어지고 해상 보험 커버 축소가 지속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자체가 구조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이로 인해 국제 유가와 LNG 가격, 해상 운임이 동반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지고 글로벌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며 증시 하방 압력이 한층 커질 수 있다. 노 연구원은 “실물 경제 위축이 본격화될 경우 기업 이익 전망(EPS)에 차질이 발생하고 코스피 등의 지수 하락이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