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코스피 지수가 12% 넘게 폭락하며 5100선마저 허망하게 내줬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기록했던 역대 최대 하락률마저 넘어선 사상 초유의 사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전면전 공포로 번지자 시장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고,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으나 터져 나오는 투매 물량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98.37포인트(12.06%) 하락한 5093.54에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51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6일(5089.14) 이후 14거래일만이다. 장중 5059.45까지 밀리기도 했다.
주요 아시아 증시인 일본 니케이225 지수가 이날 3%대, 홍콩 항셍지수가 2%대 약세를 보인 것과 비교해도 낙폭이 훨씬 크다.
불과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7일 6244.13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는 이틀 동안 1150포인트나 증발했다. 이날 전체 코스피 종목 중 911개가 하락, 1개가 보합 마감했고 상승한 종목은 13개에 불과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5716억원, 4633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기관은 847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날 코스피 대형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1%, 9%대 약세를 보였다.
그 외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두산에너빌리티(-16.82%)를 비롯해 현대차(-15.80%), 기아(-14.04%), HD현대중공업(-13.39%), SK스퀘어(-12.74%), LG에너지솔루션(-11.58%), 삼성바이오로직스(-9.82%), 한화에어로스페이스(-7.61%)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 거래일 대비 159.26포인트(14.00%) 급락한 978.4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는 1708개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보합(19개)과 상승(25개) 종목은 총 50개가 채 되지 않았다.
개인이 1조2023억원어치 주식을 내다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과 기관은 1조1716억원, 278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도 파랗게 질린 모습이었다. 코스닥 대장주인 에코프로가 18% 넘게 급락했고, 에이비엘바이오, 케어젠이 17%대 약세였다. 에코프로비엠(-16.99%), 레인보우로보틱스(-16.19%), 리가켐바이오(-15.81%), 삼천당제약(-14.46%), 알테오젠(-13.32%), 코오롱티슈진(-13.32%), 리노공업(-9.51%) 등도 모두 내렸다.
이날 장중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급락에 20분 동안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서킷브레이커 1단계는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할 때 발동되는데, 거래가 재개된 이후 두 지수는 낙폭을 더 키웠다. 코스피의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역대 일곱 번째, 코스닥은 열한 번째다.
앞서 장 초반인 오전 9시 6분과 10시 31분에는 각각 코스피, 코스닥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발동된다. 코스닥의 경우 코스닥150선물이 6% 이상 하락하고, 코스닥150지수가 3% 이상 하락 후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된다.
코스피와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가 함께 발동된 건 지난해 11월 5일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에 증시가 급락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가 매수세 유입 시도에서 지정학적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라며 “한국 증시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과 차익실현 심리에 다른 아시아 증시 대비 하락 폭이 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