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의 여파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이틀 연속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전쟁의 장기화’ 여부에 따라 증시 향방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주식, 채권, 원화 가격이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3일) 국채 금리는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장기 금리 지표인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4.8bp(1bp=0.01%포인트) 오른 3.594%, 20년물 금리는 14.5bp 상승한 3.653%을 기록했다. 전 구간 상승 폭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로 아시아 국채시장이 출렁였던 2023년 10월 4일 이후 가장 컸다.
원·달러 환율도 크게 출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간밤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을 돌파하며 1506원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1480원대에서 등락 중이다.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된 영향이 크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은 물론이고, 채권과 원화 가격마저 모두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상헌 iM증권 리서치센터 부장은 “트리플 약세는 물가가 올라가면서 저성장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쟁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져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선 글로벌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기 때문에 봉쇄가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위험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유가는 구조적인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란은 4일(현지 시각) 호르무즈 해협에서 최소 10척의 선박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밝히며 해협 봉쇄 의지를 재확인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유가 상승은 곧바로 수입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경로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국고채 금리가 급등함에 따라 부채 비율이 높은 한계 기업들의 자금 조달 운용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기준 금리 역할을 하는 국고채 수익률 상승이 기업들의 실질적인 이자 부담으로 직결되면서, 자금 경색 위험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당초 예상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이란 공습을 ‘4주 플랜’으로 예상했고, 시장 또한 전쟁 장기화의 가능성이 낮고 통제 가능한 위험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런데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도 점점 치솟는 상황이다.
이날 외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란 내 강경 보수 진영을 대변하는 핵심 인물로 꼽힌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4주 동안 집중 공격 후 전쟁이 끝나는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경우 증시는 빠르게 낙폭을 회복할 수 있다”면서도 “예상과는 다르게 전쟁이 장기화되면 인플레이션 우려로 증시 낙폭은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쟁 장기화 및 고유가 지속 가능성은 증시에 부담”이라며 “원화 약세 또한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