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챗GPT 달리

금융위원회 등 금융 당국이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를 증권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선언을 하자, 상장사의 주식 병합이 급증하고 있다. 7월부터 상장폐지 기준이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으로 강화되면서 부실 상장사 퇴출이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상장폐지 요건 강화 계획을 발표한 지난 12일 이후 2월 말까지 주식 병합을 발표한 기업은 신성이엔지, 에코글로우, 케스피온, 케이바이오, 빌리언스, 경남제약, 휴마시스, 인콘, 한창제지, 딜리, 솔트웨어, 상보, 한세엠케이, 에스비아이인베스트먼트, 재영솔루텍, 자연과환경 등 총 16곳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주식 병합을 실시한 상장사(17곳)에 육박하는 이례적인 규모다. 이 중 신성이엔지와 재영솔루텍을 제외한 14곳은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다. 이 기업들은 병합 이후 주가를 1000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금융위가 발표한 ‘부실 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주가가 30일 연속 1000원을 밑돌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일간 45일 연속 1000원 이상이 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최근 강세장에도 증시 자금이 대형주 중심으로 쏠리면서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는 동전주 기업에 주식 병합은 상장 폐지를 피할 사실상 유일한 대응 카드가 되고 있다. 여러 주를 하나로 합쳐 액면가를 높이는 주식 병합은 형식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금융 당국은 ‘주식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보다 낮은 경우’ 역시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하기로 해, 단순한 숫자 맞추기식 우회를 차단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병합 이후에도 주가가 1000원을 넘지 못한 일부 기업은 자본 확충이나 신규 사업 추진 등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겠다고 공시하며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주가가 1000원 미만인 기업은 225곳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한 병합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유통 주식 수 감소로 인한 단기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