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역대급 코스피 불장이 이어진 가운데, 국민연금 또한 이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냈다.
27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18.82%의 운용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국내 주식 부문이 82.44%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나타내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그간 수익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해외 주식(19.74%)을 압도하는 성적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의 기술주 강세,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며 국내 주식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은 지난 26일 기준 369조원으로, 지난해 말(243조원) 대비 두 달여 만에 52% 급증했다.
핵심 동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 55조원에서 지난 26일 기준 100조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SK하이닉스 역시 35조원에서 59조원으로 평가액이 수직 상승했다. 두 종목에서만 약 159조원의 평가 이익을 거둔 셈이다.
다만 ‘코스피 불장’이 이어지면서 향후 국내 주식 비중 조절에는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주가 급등으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 비중이 이미 18.1%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자산 배분 원칙상 추가 매수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4%에서 14.9%로 상향했다. 자산별 투자 허용 범위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돼, 전략적 자산배분(SAA) 기준 비중 ±3%포인트와 전술적 자산배분(TAA)에서 ±2%포인트를 더해 ‘±5%포인트’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이에 국내 주식은 최대 19.9%(14.9%+5%포인트)까지 담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리밸런싱’ 한시적 유예 조치는 숨통을 트여줄 전망이다. 리밸런싱은 자산군 비중이 목표에서 벗어났을 때 허용 범위 내에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허용 범위를 이탈하면 자동으로 자산을 매매했다. 앞서 기금위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하며 리밸런싱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 사이에서는 리밸런싱 유예 조치 등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금 포트폴리오의 국내 비중 확대를 주문할 경우, 국민연금이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가 핵심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역대급 수익률로 운용의 묘를 살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정부의 시장 활성화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민연금의 주식 운용 전략은 연기금 운용가들의 전문가적 역량에 맡겨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리밸런싱 조치 유예는 임시적인 조치”라며 “주식 목표 비중 0.5%는 5조라는 액수로, 이런 규모를 어떻게 운용할지는 국민연금의 전문성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위원은 “국민연금은 나라의 펀더멘털과 기업의 가치를 판단해서 투자하는데 이러한 환경에 맞춰 전문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며 “현재는 연금 지급액보다 보험료 지급액이 많아서 기금이 쌓이고 있지만 몇 년 있으면 역전될 수 있어 이런 단계에서는 수익률보다 유동성을 더 고려해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