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난해 231조6000억원의 운용 수익을 올리며 기금 설치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적립금 규모 역시 1458조원으로 불어나며 ‘기금 15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뒀다. 이처럼 경이로운 수익률 덕에 연금 고갈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거둔 231조6000억원의 수익은 연간 연금 지급액(약 49조7000억원)의 4.7배에 달하는 규모다. 1년 동안 벌어들인 돈만으로 향후 5년 가까운 기간의 연금 재원을 확보한 셈이다.

9일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국민연금심의위원회는 이날 2026년도 국민연금 급여액을 논의한다. /연합뉴스

해외 주요 연기금과의 성적표 비교에서도 국민연금의 성과는 단연 돋보였다. 일본 GPIF(12.3%), 노르웨이 GPFG(15.1%), 캐나다 CPPIB(7.7%) 등 글로벌 자산운용의 강자들을 모두 따돌리며 ‘우수한 운용 역량’을 입증했다.

기금 적립금의 팽창 속도 또한 가파르다. 지난해 적립금은 1458조원으로 전년(1212조9000억원)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2023년(16%)과 2024년(17%)을 거치며 매년 가팔라지는 증가세는 기금 자산 배분 전략이 안정 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한다.

국민연금의 역대급 수익률에 힘입어 기금 소진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코스피 5000선 돌파를 기점으로 “국민연금 고갈 우려나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은 이제 내려놓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문가들 역시 기금 운용 수익률의 상승이 소진 시점을 늦추는 결정적인 변수라는 데 입을 모은다. 운용 수익률이 장기 평균치를 상회할수록 기금 고갈의 ‘데드라인’을 뒤로 미루는 실질적인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금 운용을 잘해서 좋은 수익을 내면 그만큼 고갈 시점이 연장될 수 있다”며 “일종의 복리효과처럼 커진 기금에서 기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의 성과가 이어진다면 연금 고갈 시점을 지연하는데 더해 증시 투자 심리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연금은 큰 매수 주체이기 때문에 시장에 프리미엄을 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국민연금은 워낙 신뢰도 높은 투자자이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들의 심리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어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기금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로 지난해 연금개혁이 18년 만에 진행됐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이 연금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점이 기존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연장됐다고 당시 분석했다. 여기에 기금 수익률이 1%포인트 추가 제고될 때 기금 소진 시점이 2071년으로 총 15년 연장될 것이라 봤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을 연 6.5%로 높일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2057년에서 2090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실적 호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익률을 1%포인트(p) 올린다는 것은 특정 연도의 성과가 아니라 향후 20~30년간의 장기 평균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라며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운용 전략의 다각화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박 위원은 “주식 수익률은 국가의 잠재 성장률과 비례하기 마련인데, 현재 국민연금은 성장률이 정체된 미국과 유럽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절한 위험 분산을 전제로 신흥국 투자를 확대해 그들의 성장 잠재력을 향유하는 ‘교과서적 투자 전략’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