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챗GPT 달리

이 기사는 2026년 2월 25일 18시 0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금융당국이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주식 병합에 나섰다. 동전주인 주식을 병합해 주가를 끌어 올려서 상장폐지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올해 하반기부터 부실기업 퇴출이 본격화할 것을 감안하면, 이처럼 주식 병합을 추진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발표한 지난 12일부터 24일까지 주식 병합을 발표한 기업은 총 12곳에 달했다. 작년 한해 동안 주식 병합을 한 상장사가 총 17곳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이례적으로 많은 규모다.

최근 주식 병합을 발표한 기업 대부분은 동전주 상태다. 신성이엔지를 제외한 11곳이 주가 1000원 미만에 거래 중이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주식 병합 완료 시 주가 1000원을 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장폐지 요건이 있다. 금융위는 최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기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혁 방안에 따르면, 주가가 30일 연속 1000원을 밑돌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일간 45일 연속 1000원 이상이 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해당 제도는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동전주들은 상장폐지를 피하려면 신속하게 주가를 부양해야만 한다. 최근 국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 수요가 대형주에 쏠리면서 동전주 주가는 좀처럼 움직이고 있지 않다.

주식 병합은 동전주 기업들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우회 수단으로 꼽힌다. 여러 개의 주식을 하나로 합쳐 주가를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 병합을 발표한 한 상장사 관계자는 “오는 7월까지 주가를 1000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우선 주식을 병합해 기준을 맞출 예정”이라며 “상반기 중 주가 관리에 집중해 상장폐지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 병합 만이 능사는 아니다. 금융당국은 상장사들이 주식 병합을 통해 상장폐지를 회피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보다 낮은 경우’ 역시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때문에 동전주 기업들 입장에선 주식 병합에 더해 또 다른 주가 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3일 주식 병합을 발표한 코스닥 상장사 케스피온이다. 케스피온의 현재 액면가는 500원, 주가는 463원(25일 종가 기준)이다. 케스피온은 액면가 1000원으로 주식을 병합할 예정인데, 이 경우에도 주가는 926원에 머무른다. 여전히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되는 셈이다.

케스피온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동전주 퇴출 요건을 탈피하기 위해 주식 병합 등 필요한 조치를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며, 1000원 이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일시적인 주가 부양책에 기대지 않고 주식 가치 제고를 위한 재무 정비, 자본 확충 전략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중 주가가 1000원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총 225곳에 달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소형주가 하반기까지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는 만큼, 당분간 주식 병합을 추진하는 상장사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유통 주식 수 감소로 인한 단기적 주가 변동성 확대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