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26일 평가했다. 다만 정책 기대감이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향후에는 기업의 본업 경쟁력과 주주환원 간 균형이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5일 ‘3차 상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차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업은 새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안에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한다. 기존 보유 자사주에는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준다. 소각 의무를 어길 경우 기업 이사 개인에게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8차 본회의에서 기업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이 찬성 175표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입법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거버넌스 불투명성’과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세 번째 단계”라며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 매입’이 곧 발행주식 수 감소로 이어져 주식의 고유 가치를 높이는 글로벌 표준으로 회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동일한 기업가치와 배당 총액을 가정하더라도 주당순이익(EPS)과 주당배당금(DPS)이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 평가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이전까지 시장가격 기준 약 20조원 규모의 자사주가 소각된 것으로 집계된다. 정 연구원은 “그간 기대감에 머물렀던 정책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면서 증권·보험·은행 등 저PBR 업종을 중심으로 급등 랠리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다만 법안 통과로 ‘입법 기대감’이라는 재료는 소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다. 그는 “이제 시장의 관심은 법적 강제성 자체를 넘어, 기업들이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분기 실적 발표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주는가로 이동할 것”이라며 “금융지주 등 특정 업종 중심의 전략보다는, 각 기업이 발표하는 자사주 소각 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성, 주총 시즌 공약의 현실화 여부를 바텀업 관점에서 점검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특히 본업 경쟁력과 주주환원 정책 간 균형 유지가 지속가능성을 가르는 잣대가 될 것으로 봤다. 정 연구원은 “주주환원은 단순히 자산을 나눠주는 행위에 그쳐서는 안 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구조적으로 개선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성장을 위한 투자(CAPEX)와 주주환원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향후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