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 급속 충전기 슈퍼소닉. /채비 제공

이 기사는 2026년 2월 25일 14시 5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장장 7개월이 소요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업체 채비의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가 곧 마무리된다. 한국거래소는 이르면 이번 주 상장위원회를 열어 채비의 상장 요건 충족 여부를 최종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채비는 거래소의 상장 예심을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26일 채비의 상장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당초 이달 초 상장위원회를 열고 채비의 상장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었으나, 신중한 검토를 위해 일정을 한 차례 미룬 것으로 파악됐다.

채비의 상장 추진은 거래소 문턱에 걸려 7개월 넘게 표류해왔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부터 설치·운영(CPO)까지 모두 수행하는 국내 1위 사업자지만, 시장에서는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chasm)로 인해 회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채비가 ‘이익 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를 통해 상장을 추진한 점이 거래소 심사 장기화의 배경이 됐다. 이 제도의 취지는 적자 기업이어도 매출 성장성이 높으면 상장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이지만, 도리어 부실 기업 상장 통로로 이용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심사 문턱이 높아졌다.

거래소 내부에서는 상장 예심을 승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 캐즘 지속에 따른 사업 안정성, 성장성 제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채비가 ‘2년간 매출 증가율 20% 이상’,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등 특례 상장 요건 자체는 충족하고 있어서다.

실제 채비의 2024년 매출액은 851억원으로, 전년(704억원) 대비 20.9% 증가했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7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했다. 최근 3년 간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적자 폭 또한 확대되는 추세지만, 성장성 요건을 이미 채운 만큼 상장 자체는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 상장예심을 청구하고 대기 중인 회사 가운데 채비의 대기 기간이 가장 길다”며 “때문에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내심 채비의 심사 자진 철회를 기다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다만 거래소의 문턱을 넘더라도 코스닥시장 입성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당장 금융감독원의 엄격한 증권신고서 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실적 추정 근거가 미흡하거나 미래 가치를 과하게 책정한 기업에 대해 잇따라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채비와 같이 적자 상태에서 성장성을 담보로 상장하는 기업은 금감원의 주된 타깃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 캐즘 여파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제시할 미래 매출액 추정치가 구체적 근거를 토대로 한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전기차 업종 전반에 대한 얼어붙은 투자 심리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가 길어지면서 해외 충전 인프라 기업 ‘차지포인트홀딩스’와 ‘EV고’ 등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거의 반토막이 났다. 채비가 목표한 대로 7000억원 이상의 몸값을 계속 고집한다면,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단계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채비는 상장 주관사 선정 단계까지만 해도 2조원대 기업가치를 기대했을 정도로 기대치가 높았던 회사”라며 “이제는 몸값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낮춰 시장과 타협하느냐가 상장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