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2월 24일 16시 4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사실상 공백기에 접어들었다. 금융감독원의 심사 강화 기조에 상장 일정이 줄줄이 지연되면서다. 여기에 한국거래소까지 심사 문턱을 높이면서 신규 상장에 나서는 기업도 줄어들고 있다. 증시 활황에도 올해 상장 기업 수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한 기업은 4곳(덕양에너젠, 케이뱅크, 에스팀, 액스비스)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개 기업(SPAC 제외)이 일반 청약을 진행했던 것과 비교해 76%나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일반 공모 청약 기업이 수소 전문업체 덕양에너젠 한 곳 뿐이었다. 이달 들어서도 청약 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를, 모델 에이전시 기업 에스팀, 광학장비 전문기업 액스비스 등 3개사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강화 기조가 IPO 시장을 침체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항암 신약 개발 바이오텍 카나프테라퓨틱스다. 회사는 지난달 초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월말쯤 공모 청약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금감원의 잇단 정정 요구를 받고 일정을 미뤘다.
금감원은 최근 실적 전망에 대한 근거를 증권신고서에 보다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상장 추진 기업들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공모가 뻥튀기’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은 특히 비공식 수정 권고를 줄이는 대신 공식적인 정정 요구 명령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앞서 액스비스에도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액스비스는 당초 이달 초까지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을 모두 마칠 계획이었지만, 증권신고서 정정 절차를 두 차례 거치면서 일정이 지연됐다. 일반 청약은 전날에야 시작됐다.
거래소의 상장 심사 문턱이 높아진 것도 연초 IPO 공백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거래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장 후 시가총액이 1000억원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상장을 사실상 제한해왔다. 오는 7월부터 코스닥시장의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이 ‘200억원 미만’으로 대폭 강화되는 데 따른 조치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시총 1000억원 미만 기업들도 요건만 맞으면 상장이 가능했는데, 최근엔 아예 안 되는 분위기”라면서 “1000억원 미만의 몸값으로 상장한 후 주가가 하락해 곧장 상장폐지 대상에 오르는 상황을 거래소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중복상장’ 논란까지 겹치며 상장 공백을 심화시키고 있다. 상장사의 자회사 가운데 중복상장 논란이 제기된 기업들의 경우, 상장 심사가 철회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산네트웍스 자회사인 디티에스의 경우 지난해 9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5개월째 결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장 기업 수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심사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장 청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들어 2월까지 거래소에 상장예심을 청구한 기업은 6곳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0곳)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치다.
다만 증시 활황 덕에 공모주 투자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첫 IPO 주자였던 덕양에너젠의 일반 공모 청약 경쟁률은 1354대 1을 넘어섰다. 증거금은 12조원 넘게 몰렸다. 케이뱅크도 일반 청약에서 10조원 가까운 증거금을 확보하며 흥행했다.
증권사에서 IPO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작년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으로 공모주에 대한 투자 수요는 살아 있지만, 투자할 곳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심사 문턱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중복상장 세부 규정이라도 명확하게 정비해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