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5000선을 넘긴 코스피 지수가 기세를 몰아 6000포인트 고지까지 탈환하며 전례 없는 강세장을 연출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수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리 산업의 중심축인 반도체 이익이 대폭 늘었고, 상장사의 중복 상장을 막고 배당을 촉진하도록 한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이 만성적인 한국 증시 저평가,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 11곳의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 6000 돌파 이후에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선비즈의 긴급 설문 결과, 리서치 수장 대다수는 현 강세장을 ‘단기 과열’이 아닌 ‘본격적인 랠리’로 진단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고도화와 이익 추정치 상향을 고려하면 지수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이미 지난해 말 코스피 지수가 7500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감안하면 코스피 지수가 최고 73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고,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코스피 지수의 최고 상단을 7250포인트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가파른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다수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랠리의 핵심 동력이 ‘실적 개선’이라는 견고한 펀더멘털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추가 상승을 지지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200 기준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562조원으로 지난해 연말 대비 37% 상향 조정됐다”며 “반도체 업종이 견인하는 이익 모멘텀이 다른 주식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고, 실적 개선으로 최근 증시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상장사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해 증시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머니무브’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주가 상승을 버블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라며 “상장사 지배 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가 지난해부터 가장 큰 증시의 ‘마중물’로 작용했고,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실적 개선이 압도적으로 증시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중심의 실적 회복과 증시 활성화 정책이 코스피를 끌어올리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국면에 진입했으나,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높게 평가하는 ‘코리아 프리미엄’ 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기업 이익이 증가해서 증시가 오르는 상황이지 시장 밸류에이션이 올라간 건 아니다”라며 “앞으로 우리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이 나오고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더 유입되면 밸류업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장은 강한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AI 투자에 대한 지속성 논쟁이 가열되고 미국 통화정책이 긴축 방향으로 기울어질 경우 우리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김학균 센터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주가가 하락할 때 예외 없이 미국 장기 국채가 불안하게 움직였다”며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 금리가 오르면 증시 조정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빅테크들이 IT·반도체 관련 시설투자(CAPAX)를 지연시킬 가능성과, 반도체 공급이 확대되는 단계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환경이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