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000 시대를 열어젖힌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날 각각 20만원, 100만원 선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의 가격 상단을 근본적으로 격상시켰다. 시장에서는 이들 반도체 거인의 주가 상승 여력이 여전히 충분하다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반등을 넘어 인공지능(AI) 산업 폭발에 따른 전례 없는 슈퍼사이클이 본궤도에 오른 데다, 사상 최고가 경신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사 대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저평가 국면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조선비즈가 국내 주요 증권사 11곳의 리서치센터장에게 두 종목의 향후 주가 전망을 물어봤더니, 대다수 센터장이 “주가 강세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강력한 만큼 업황에 따라 두 회사의 올해 실적 전망도 상향될 거란 판단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비수기인데도 1분기 메모리 가격이 예상보다 강하게 유지되고, 2026년 빅테크 설비투자(CAPEX)가 컨센서스(시장 평균 추정치)를 상회하면서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실물로 확인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상승 여력은 남아있다”며 “이익 추정치 상향이 계속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AI 인프라의 전략 자산이 되며 품귀 현상이 발생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년 전에는 단순히 HBM에 머물렀다면 이제 D램, 낸드 플래시까지 전 제품의 영역으로 수요가 확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지는 만큼 반도체 업종 이익 개선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결국 종합적인 반도체 업종의 이익 모멘텀 개선을 바탕으로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재 기준 목표 주가는 각각 23만원, 130만원”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20만전자‘, ’100만닉스’ 등 고점을 찍었지만, 대다수 센터장들은 아직 두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저평가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동원 센터장은 “두 종목이 단기적으로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저평가 돼 있다고 볼 수 있는 게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합쳐서 2000조가 안 된다. 하지만 TSMC의 시가총액은 2700조”라고 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밸류에이션으로 봤을 때 주요 해외에 있는 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너무나 저평가 상태”라며 “이익 추정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밸류에이션이 낮기에 추가 주가 상승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외국계 증권사 역시 국내 반도체 투톱을 향해 파격적인 전망치를 내놓으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맥쿼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34만원, 170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노무라금융투자 또한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높여 잡으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독보적인 성장성에 무게를 실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 2위 대장주들의 전력 질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 국내외 리서치센터의 이견이 없는 셈이다.

코스피가 장 시작과 함께 6000선을 돌파한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KB국민은행 제공

리서치센터장들은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경우 반도체 업종 외에 전력기기와 원전 등 AI인프라 관련주와 로봇·증권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이익이 큰 관점으로 보면 AI 인프라로, 그중 우리가 반도체를 일부 보고 있는 것”이라며 “증시 상승세가 더 이어지면 전력이나 에너지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한 순환매 장세가 돌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조수홍 센터장 역시 “반도체 외로는 AI 인프라 확산의 병목 구간인 전력기기, 원전, ESS가 유망하다고 본다”고 했다.

AI 산업 활황에 따라 로봇주도 매수세가 이어질 거란 분석이 나왔다. 김동원 센터장은 “순환매 장세는 AI 산업의 메가 트렌드 내에서 살펴봐야 한다”며 “현대차그룹주는 자동차 업종이지만, 피지컬 AI의 핵심인 로봇 분야에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다수의 센터장들은 코스피 불장으로 인한 거래 대금 증가 등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는 증권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래 대금 증가에 따라 실적 추정이 상향될 여지가 큰 증권업종이 다음 주도 섹터로 유망하다”고 했다.이진우 센터장 역시 “금융주, 증권주 중심으로 해서 순환매 대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