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텍이 2년 전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메자닌(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과 채권의 중간자산)의 매도청구권(콜옵션) 행사자로 메리츠증권을 지정했다. 메리츠증권에 콜옵션 권리를 넘기는 대신, 향후 발생하는 차익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는 구조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와 옵션 행사자 모두 수익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차바이오텍은 상환 압박 해소와 시세 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업계에서는 차바이오텍과 메리츠증권이 상호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짜는 과정에 최석윤 대표이사 부회장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고문을 지낸 최 부회장은 지난해 차바이오텍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차바이오텍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월13일 이사회를 열고, 메리츠증권을 750억원 규모 메자닌의 콜옵션 행사자로 지정했다. 콜옵션 행사 대상은 2024년 5월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445억원의 10%(44억원), 103억원 규모 발행된 전환사채(CB)의 12.09%(12억원), 2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14.63%(29억원) 등이다. 메리츠증권이 투자자들에게 해당 RCPS와 CB, BW 매도를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차바이오텍은 지난 2024년 5월, 종속회사인 차헬스케어 지분을 추가 취득하고,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 메자닌 증권을 발행했다. 발행 2년 만에 돌아온 콜옵션을 메리츠증권에 넘기며, 차바이오텍은 추가 자금 조달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당시 발행된 메자닌에는 RCPS의 경우 발행회사(차바이오텍)가 지정한 제3자, CB와 BW에는 발행회사나 발행회사가 지정하는 자(매도청구권자)가 각각 정해진 범위에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발행 당시 CB와 RCPS의 전환가와 BW 행사가는 각각 1만7354원이었는데, 지난해 주가가 큰 폭 하락하면서 회사는 CB·RCPS의 전환가와 BW 행사가를 모두 1만2000원 수준으로 낮췄었다. 이후 최근 주가가 오르면서 전환가와 행사가는 다시 1만6144원으로 조정됐다.
당시 발행한 CB와 BW, RCPS는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다수 증권사가 인수했지만, 메리츠증권은 포함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차바이오텍이 메리츠증권을 콜옵션 행사자로 지정하면서 메리츠증권도 해당 메자닌의 ‘이익 공동체’에 합류하게 됐다. 최근 차바이오텍 주가가 2만원을 넘었고, 주가가 더 상승한다면 투자자들은 CB와 RCPS 전환, BW 행사를 통해 차익을 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차바이오텍 측은 “2024년 발행한 메자닌 증권 중 RCPS가 비중이 가장 큰 데, RCPS의 경우 회사가 직접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하고 제3자를 지정해 행사해야 한다”며 “RCPS와 CB, BW를 포함하여 가장 좋은 조건을 제안한 메리츠증권을 통해 콜옵션 행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메리츠증권은 콜옵션 행사 이후 실현 이익에서 제세공과금과 기타 각종 경비를 차감한 금액의 60%를 차바이오텍에 ‘지정 대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차바이오텍 입장에선 자금을 들여 콜옵션을 행사하는 대신 자금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 이익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IB 분야 전문가인 최석윤 부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부회장은 JP모건을 시작으로 대우증권 도쿄와 런던 현지법인을 거쳐 크레디트스위스, 바클레이즈, RBS 한국대표와 골드만삭스 한국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모교인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가 메리츠화재 기업부문 사장과 메리츠증권 고문을 지냈다. 지난해 차바이오그룹이 최 부회장을 영입하면서 자본시장업계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다만 차바이오텍 측은 “이번 결정은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된 사안으로, 특정 개인(최석윤 부회장)이 판단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