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서만 9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기관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총 9조156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매도액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지수가 올해 38% 급등하며 고공행진하자 대대적인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주가가 급등한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올해 들어서만 59% 급등하며 사상 첫 ‘19만전자’를 기록한 삼성전자를 9조5540억원어치 팔아치웠고, SK하이닉스(5조9720억원)와 현대차(5조2940억원) 등도 주요 타깃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매도세를 추세적 하락 신호보다는 단기 리밸런싱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도세가 반도체주에 집중된 점을 볼 때, 많이 오른 종목의 비중을 줄이는 과정”이라며 “추세적 하락에 베팅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전망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반도체 이익 급증을 근거로 코스피 목표치를 7250까지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반면 밸류에이션 부담과 ‘AI플레이션(AI+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DB금융투자는 AI 시설 투자 가속화가 구리 및 반도체 가격 급등을 유발해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코스피 하단 전망치를 4300포인트로 낮춰 잡았다.
시장의 눈은 오는 25일 예정된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로 쏠리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핵심은 실적 숫자보다 가이던스와 매출총이익률(GPM) 등 수익성 지표 유지 여부로,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되면 시장의 초점이 수익화 논란에서 성장 가시성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