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베이스가 선보였던 3D 홈인테리어 시뮬레이션 및 AR 뷰어. /조선DB

이 기사는 2026년 2월 20일 14시 5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벤처캐피털(VC)이 파산한 스타트업 창업자 대표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투자금 반환 소송이 대법원으로 향하게 됐다. 1심과 2심이 모두 VC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반발, 창업자 대표가 상고를 택하면서다.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를 두고 벤처투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법조계와 벤처캐피털(VC) 업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22일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의 창업자인 하진우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인수대금 청구 소송 3심 사건을 접수했다. 대법원은 이어 지난 5일 하 전 대표 측으로 상고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했다.

지난해 12월 2심 기각 판결을 받은 하 전 대표가 상고를 신청하고 나선 데 따른 것으로, 하 전 대표는 오는 25일 상고이유서 제출을 예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사소송법은 제427조에서 상고인이 상고기록접수통지 수령 후 20일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하 전 대표는 현재 어반베이스 투자자였던 신한캐피탈에 약 13억원을 지급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신한캐피탈이 제기한 주식인수대금 청구 소송 1심에서 하 전 대표가 신한캐피탈에 약 12억5205만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이 내려졌고, 2심은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하 전 대표가 부담해야 할 12억5205만원은 신한캐피탈이 2017년 11월 어반베이스에 5억원을 투자하며 체결한 투자 계약이 발단이 됐다. 해당 투자 계약에는 청산, 파산, 회생 등 사유 발생 시 회사 또는 창업자에게 보유 지분을 매수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어반베이스는 공간 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2014년 출발 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추가 투자 유치 실패로 경영이 악화, 2024년 초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신한캐피탈은 계약에 따라 주식인수대금 청구에 나섰고, 이후 2024년 7월 회사가 파산하자 창업자에게 소송을 걸었다.

이 사건은 하 전 대표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와 세 아이가 함께 살고 있는 집에 가압류를 걸어왔다”면서 “이 집은 와이프 혼자 고생해서 벌어 대출금을 막아오며 지켜냈던 가족의 것”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일반에 널리 알려졌다.

하 전 대표 측은 “규정과 절차를 준수하면서 합법적으로 회사를 운영했음에도,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창업자 개인에게 투자금 전액과 연 복리 15%라는 고금리 이자를 청구하는 구조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폈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계약의 당사자가 위험을 분산시키거나 회수를 담보하기 위해 실질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 일정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나 선량한 풍속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한캐피탈에 12억5205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2심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이해관계인(창업자)이 회사와 연대해 책임을 부담한다는 계약 조항을 두고 “회생절차 개시 등 특정한 상황에서의 투자금 회수를 보장하는 약정을 한 것으로, 당사자 간 상호 이익과 위험의 균형을 고려한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서울 중구 청계천로 신한캐피탈 본사. /조선DB

하 전 대표는 사실심(1·2심)이 아닌 법률심(대법원) 단계에서 법리 오해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경영상 과실 없는 창업자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민법 제103조(사회질서 위반)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하급심의 판단이 적절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 전 대표는 대법원이 사실관계가 아닌 법리 적용의 적절성을 따지는 ‘법률심’이라는 점에 착안, 하급심의 법리 오해를 파고들 전망이다. 계약서의 실질적 성격이 개별 합의가 아닌 금융기관의 일방적 ‘약관’에 해당, 약관법에 따른 조항 무효화 주장이 가능해서다.

하 전 대표의 상고에 벤처투자 업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최종심인 대법원에서도 신한캐피탈이 승소할 시 창업자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어서다. 당장 VC들이 신한캐피탈과 같이 창업자 대상 주식 상환 소송을 진행하지 않으면 배임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신한캐피탈 측은 하 전 대표를 향한 소송을 두고 “적법한 계약에 근거한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입장을 내놨다. ‘투자원금에 연 복리 15%를 가산한 금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등 계약서에 명시된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배임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가 2022년부터 스타트업 창업자에 대한 연대책임 부과 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곳곳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다. 2022년 이전 투자계약에는 여전히 ‘대표이사 개인이 회사와 연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는 탓이다.

또 국내 벤처투자 시장 내 VC는 벤처투자촉진법(중기부 소관) 기반의 ‘창업투자회사(창투사)’와 여신전문금융업법 적용을 받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로 나뉜다. 금융위원회 감독을 받는 신기사는 중기부의 연대책임 금지에도 여전히 창업자 연대책임을 부과할 수 있다.

벤처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고위험 산업이고, 정부도 이를 감안해 연대책임 금지 기조를 확대해 온 것”이라며 “과거 계약이 법적으로 유효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소송이 반복된다면 창업 생태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창업자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도 법적 조언을 구한 뒤 계약을 체결한다”면서 “최악의 경우 주식을 되사줘야 한다는 조건을 알면서도 그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판단한 것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