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이 기사는 2026년 2월 20일 16시 0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브리지론을 내주고 떠안은 서진시스템 주식을 매각해 1100억원이 넘는 돈을 확보했다. 최근 서진시스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게 매각 배경으로 풀이된다. 브리지론 목적 지분은 통상 제3자에게 넘기는데 장내 매도를 택한 것이 이례적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보유한 서진시스템 주식을 354만3913주(지분율 5.89%)씩만 남겨두고, 잔여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했다. 합산 기준 약 5.62%포인트를 장내에서 던진 셈이다.

두 증권사는 지난달 30일 각각 83만3824주를 주당 3만5518원에, 이달 9일 각각 80만주를 주당 3만3297원에 팔았다. 양사 합산 기준 약 326만주, 약 1125억원어치를 시장에서 처분했다. 평균 취득단가(약 2만9000원)를 웃도는 가격에 매각해 약 15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와 SKS프라이빗에쿼티(PE)와 전동규 서진시스템 대표로부터 서진시스템 주식을 각각 517만7737주씩 취득했다. 전 대표가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FI)를 찾을 시간을 벌어주는 브리지론 성격이다.

전 대표는 크레센도와 SKS PE로부터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해소 압박에 시달려 왔다. 서진시스템이 지난 2024년 두 PEF 운용사로부터 35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전 대표와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크레센도와 SKS PE가 풋옵션을 행사하면 서진시스템 주식 약 900만주를 주당 3만2000원에 사줘야 했다. 작년 6월 풋옵션 행사 기한이 도래했지만, 전 대표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두 증권사가 조기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선 건 서진시스템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탓이다. 올해 초 2만5000원 수준이던 서진시스템 주가는 최근 3만7000~3만8000원대까지 50% 가까이 급등했다. 실적 개선 기대에 이달 초 미국 자회사 서진글로벌이 SK온과 약 2조원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한층 더 뛰었다.

두 증권사는 크레센도·SKS PE 보유분은 주당 3만2000원에, 전동규 대표 보유분은 주당 2만8738원에 각각 인수했다. 콜옵션 대상 물량은 주당 2만4934원에 받아왔다. 이를 가중평균하면 취득 평균단가는 주당 약 2만9000원대로 추산된다.

통상 브리지론 지분은 새 투자자를 찾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한꺼번에 넘기는 방식으로 회수한다. 하지만 서진시스템의 경우 주가가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올라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서진시스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장내에서 전량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진시스템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 및 반도체 장비 부품을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삼성SDI·SK온·플루언스 등 국내외 주요 배터리·ESS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베트남과 미국 텍사스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갖춘 글로벌 전자제품 생산전문기업(EMS)으로 성장했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2조1800억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