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이 기사는 2026년 2월 13일 17시 3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검찰이 ‘주가조작 1인자’라고 지목한 코스닥 업계 ‘선수’ 이준민씨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긴 했지만, 죄질과 정부의 주가조작 척결 의지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씨 일당은 여러 상장사를 동원해 주가 조작으로 수천억원의 부당 이득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이 부당 이득 규모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 조작 범죄에서 역대 최장 수준의 구형(15년형)을 결정했으나, 판결은 밋밋했다.

자본시장 업계에 따르면 이씨는 최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2조6586억원을 구형했으나, 법원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은 형량을 결정했다. 자본시장 범죄는 항소 과정에서 대폭 감형되는 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씨가 금세 시장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씨 일당은 여러 기업을 실질 지배하면서 주가조작을 통해 막대한 부당 이득을 거둔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당시 주가조작에 동원한 기업은 두올산업(옛 디아크, 현 휴림에이텍), 카나리아바이오(현 현대사료), 에디슨EV 등이다.

이들은 2020년 두올산업에서 일을 벌였다. 캐나다 제약사로부터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을 도입해 무형자산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바이오 사업에 나섰다. 사명 또한 온코퀘스트파마슈티컬(OQP)로 변경했다.

당시 100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던 OQP는 최고 5631원까지 올랐으나 2021년 감사인이 2020년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 거절을 표명하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오레고보맙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재무 부담과 가치에 대한 불투명성이 원인이었다. OQP가 오레고보맙 권리의 무형 가치를 3752억원으로 반영했으나, 실제 가치에 대해 의문이 나온 것이다.

OQP가 거래정지된 이후 이들은 다시 사명을 디아크로 바꾸고 인적분할을 통해 두올물산홀딩스와 오큐피바이오 등 3개 회사로 분리했다. 두올물산홀딩스는 자회사 두올물산을 설립하고, 오레고보맙 관련 계약을 이어받았다.

이들의 주가 조작은 장외에서 계속됐다. 두올물산은 장외 거래 시장인 K-OTC에서 약 4개월 만에 주가가 500배 이상 올랐고, 이씨 일당은 이 과정에서 70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벌어들였다.

이후로도 이들은 오레고보맙과 관련한 재료를 재활용했다. 두올산업 인적분할과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현대사료(이후 카나리아바이오로 사명 변경)를 통한 우회상장 등을 시도했는데, 오레고보맙과 관련한 권리를 계열사끼리 주고받는 꼼수를 사용해 계속 주가를 뻥튀기했다. 카나리아바이오는 한차례 상장폐지 위기를 겪었다가 주인이 바뀌며 다시 거래 재개됐지만, 사라진 시가총액이 수천억원에 달한다.

카나리아바이오는 현재 사명을 다시 현대사료로 고쳤는데, 증자와 액면분할 등을 감안한 수정주가 기준으로 2022년 고점 대비 94.27% 내린 가격에 현재 거래정지 중이다. 작년 6월 말 기준 ‘물려 있는’ 소액주주는 7만2620명에 달한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따르면, 물려 있는 주주들은 평균 매수 단가가 4566원, 손실률이 78.23%에 달한다.

이씨 일당은 이 외에도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를 인수한다는 호재를 이용해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를 받았다. 1만원에도 미치지 않던 에디슨EV 주가는 3만3000원까지 뛰었다가 1만1600원에서 거래정지가 결정됐다. 2024년 정리매매를 통해 결국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카나리아바이오 CI

검찰은 2022년부터 이씨 일당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해 3차례 기소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재판부가 검찰 수사가 미흡했다면서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씨 일당이 주가조작을 통해 7000억원 이상의 부당 이득을 본 것으로 보고 그 3배 수준인 2조6686억원의 추징금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사 결과만 봤을 때 부당이득 규모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에디슨EV 관련 혐의가 무죄를 받으면서 징역 기간이 크게 줄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검찰의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는 취지로 이씨 일당의 혐의 중 일부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에디슨EV와 관련해서는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씨 측은 법무법인 광장 등 10여명 이상의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 미흡보다도 법원의 대처가 너무 원론적이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가 조작으로 인한 부당 이득을 판사의 말처럼 완벽하게 계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본시장업계의 한 관계자는 “라덕연 사태도 1심에서 징역 25년형을 받았으나, 지난해 말 열린 2심에서 징역 8년으로 대폭 감형되는 등 형량이 너무 보수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짙다”며 “처벌이 약하니 재판받는 와중에도 세력들의 작전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씨 일당은 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도중이던 지난해에도 상장사 인수를 시도한 바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수전에서 공식적으로는 한발 물러섰으나, 실제로는 다른 인물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인수하고 해당 회사를 실질 지배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이씨 일당은 항소 과정에서 감형을 받고 벌금도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주가조작 패가망신 선언이 재판부에서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