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 권익을 확대한 상법 개정 이후, 첫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했다. 이번 주총부터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적용되면서 소수 주주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주주 행동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실제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지배구조의 기업을 선별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면서 제도 개선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을 담은 1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골자로 한 2차 상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1차 개정안은 7월, 2차 개정안은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소수 주주의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KCC가 삼성물산 지분을 과도하게 보유해 기업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지분 유동화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DB손해보험의 불투명한 지배 구조를 문제 삼아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분리 선임을 주주 제안했다. 이후 KCC와 DB손해보험 주가가 급등하며 기업 가치 개선 기대감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집중해야 할 투자처는 어디일까. 증권가에서는 집중투표제가 실제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지배 구조를 가진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KB증권은 집중투표제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조건으로 ▲최대주주 지분율 30% 미만 ▲기관 및 외국인 지분 합산 40% 이상 ▲선임 대상 이사가 3인 이상인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을 제시했다. 이 조건에 부합할수록 소수주주의 입장을 대변할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NAV 대비 할인율이 50% 이상으로 높은 지주사나 중간지주사 구조의 기업들도 핵심 투자처로 꼽힌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NAV 할인율이 높은 지배구조에 행동주의 개입이 겹치면 밸류에이션 갭 축소의 직접적인 촉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