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2월 11일 17시 1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절세 혜택에 투자 수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점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1250개 가까운 개인투자조합이 결성됐다. 최근 5년 내 최대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마저 개인투자조합을 활용, 13억원 가까운 돈을 굴리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어떻게 투자하면 되는지를 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벤처캐피털(VC) 업계와 엔젤투자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48개 개인투자조합이 신규 등록됐다. 2024년 1089개 개인투자조합이 새로 등록되며 2023년(935개)까지 900개에 머물렀던 신규 결성 규모가 처음으로 1000개를 넘어선 지 1년 만에 재차 14.6% 증가한 것이다.
개인투자조합은 개인 투자자의 벤처투자와 그 성과의 배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조합으로 매년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48개 신규 결성은 최근 5년 내 최대치로, 올해 들어서만도 2월 11일 현재까지 79개 개인투자조합이 새로 결성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조합의 결성 규모 증가는 3000만원 이하 투자분에 100% 소득공제라는 벤처투자 절세 혜택이 속속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3000만~5000만원 이하는 70%, 5000만원을 넘어서는 금액에 대해서는 30%가 소득에서 공제된다.
가령 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 구간에 있는 직장인(세율 38.5%, 지방세 포함)이 개인투자조합으로 3000만원을 출자할 경우 이듬해 전체 수익에서 3000만원을 공제한 금액만 소득으로 규정, 2233만원만을 세금으로 부과하는 식이다. 차액 1155만원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고위공직자들은 이미 벤처투자를 활용한 세제 혜택을 누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제16대 금감원장에 오른 이찬진 원장이 대표적이다. 공직자 재산 공개자료 분석 결과 이 원장은 개인투자조합(벤처투자조합 포함)으로 13억원 이상을 보유했다. 배우자 포함 시 14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7~8년 이상 투자해왔다”면서 개인투자조합 출자 이유로 세제 혜택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개인투자조합의 강력한 소득공제는 부동산에 집중된 유동성을 산업자본으로 바꾸는 데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투자 수익 기대도 개인들의 개인투자조합 출자 등 비상장 벤처기업 투자를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개인투자조합이 투자하는 벤처기업은 통상 기업가치 500억원 미만의 스타트업이 대부분으로, 기업가치 상승 시 원금 대비 10배 넘는 수익을 거두는 ‘텐배거’를 거둘 수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1~2023년 청산된 벤처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0%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를 고민하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리브스메드가 투자 신화처럼 공유되기도 한다. 의료기기 전문기업 리브스메드는 과거 개인투자조합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를 개발, 시가총액 2조원의 상장사로 성장했다.
투자 수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전액 비과세도 장점으로 꼽힌다.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벤처기업에 3년 이상 투자를 유지한 경우로 제한되지만, 비상장 벤처기업 투자는 입구(소득공제)에서 깎아주고 출구(수익 매각)에서 또 빼주는 ‘세금 제로’의 운동장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당장 올해 개인투자조합 등록 규모가 더욱 늘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벤처투자 세제혜택 근거법인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제16조가 개정, 소득공제 혜택이 2028년 12월 31일까지로 3년 더 연장된 데 더해 정부의 벤처투자 시장 활성화 의지까지 더해지면서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조합 출자 방법 등을 문의하는 경우가 지난해 말 들어 크게 늘었다”면서 “특히 벤처 강국 도약을 공약한 정부가 정책자금 기반의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향후 벤처기업들의 기업가치가 반등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했다.
비상장 벤처기업 투자 관련 정보가 플랫폼 등에서 빠르게 공유되는 점도 개인투자조합 등록 증가 등 투자 활성화를 부추기고 있다. 넥스트유니콘, 엔젤리그 등 비상장 투자 플랫폼이 대표적으로, 회원을 대상으로 운용사 이력 제공은 물론 출자 전자계약까지 진행하고 있다.
비상장 벤처기업으로의 직접 투자 수요도 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벤처기업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직접 투자 대상 기업을 정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혁신의숲 집계 기준 크라우디의 월간 고유 방문자 수는 지난해 11월 7400명을 넘기도 했다.
올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등 벤처기업의 부도, 폐업 등으로 인한 손실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벤처기업 투자 통로도 마련된다. BDC는 개인 투자자가 상장 시장을 통해 벤처·혁신 기업에 간접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도 있다.
오는 6월에는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공모형 국민성장펀드)가 출시된다. 국민성장펀드는 국내 첨단 전략산업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정책 펀드로, 정부는 6000억원을 공모형 국민성장펀드로 배정,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 모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투자 금액에 따라 최대 40%, 한도 18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만약 개인투자조합 3000만원(100% 공제)과 국민성장펀드 3000만원(40% 공제)을 병행하는 ‘더블 절세’ 전략을 구사한다면, 과표 8800만원 초과 구간 기준 최대 약 1617만원의 환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여기에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자산의 20%까지 후순위로 투자해 투자자 손실을 우선 흡수하기로 했다. 비상장 벤처기업 투자로 손실이 나더라도 정부가 20%까지 떠안는 셈이다. 다만 투자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환매하면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을 추징한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비상장 투자가 정보력을 가진 일부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일반 개인도 접근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다만 비상장 벤처기업 투자는 환금성이 떨어지고 원금 손실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