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수십~수백조원인 대형주가 하루아침에 ‘밈주식’화되는 현상은 가계 자금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개인 자금은 외국인이나 기관 자금에 비해 투자 주기가 짧고, 매매 빈도가 잦다.

‘보스턴칼리지 법학리뷰’에 발표된 논문 ‘밈 투자와 리테일 리스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유입 확대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거래 동조화’(coordination)를 초래한다. 수많은 개인이 사전에 공모하지 않았음에도 유튜브, 텔레그램, 종목토론방 등 동일한 플랫폼에서 쏟아지는 비슷한 정보를 소비하면서, 결과적으로 거대한 기관 투자자처럼 일사불란하게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결국 증시에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경우 ‘동조화된 리테일 리스크’가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대형 상장사조차 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아닌 ‘리테일 동조화’라는 변동성 위험에 노출된다.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 개장식 모습./뉴스1

국내 증시에선 지난해 새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추진 이후 가계 자금 유입이 뚜렷해졌다. 특히 지난해 국내 증시가 다른 글로벌 자산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가계 자금의 이동은 더 탄력을 받았다.

사상 유례없는 상승 랠리와 많은 미디어 노출은 주식에 관심이 없던 이들의 포모(FOMO·소외 공포)를 자극하며, 증시에 개인 자금 유입을 가속화했다.

가계 여유자금은 물론 퇴직연금도 빠르게 증시로 방향을 틀었다. 퇴직연금 계좌를 해지하지 않고 금융사 간 이전이 가능해진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2024년 10월 도입된 이후,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연금 자금은 약 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증시 상승 국면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신용거래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선 이후 지수 상승과 함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증시로의 ‘머니무브’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함께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리테일 투자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주요국, 중국·일본·인도·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개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은행 예금 대신 주식에 투자해 자산을 늘리려는 수요가 보편화된 것이다.

WEF는 투자 플랫폼의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서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졌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투자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이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 역시 지난 10년 간 개인의 주식 투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이 2015년부터 10년 간 개인의 투자 행태를 분석한 결과,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24년 초부터 2025년 초까지 증시로 개인 자금 유입액이 대폭 증가했다.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2015년 22세 이후 예금 계좌에서 투자 계좌로 자금을 이체한 사람은 6%에 불과했지만, 2024년 이 비율이 37%로 6배 증가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정보가 게시돼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에서도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계 여유 자금이 이전보다 더 많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뉴스1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기간 전체 저축률이 낮았음에도 개인의 투자 계좌 보유 수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JP모건은 주택 구매력 하락이 자산 배분 구조를 바꿨다고 분석했다. 소득과 저축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주식 투자가 자산 증식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단기적으로 가격 변동성은 더 커지게 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개인은 주식 투자를 소위 ‘대박’으로, 주식 거래를 복권의 대체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스닥시장에서 두드러지는 특유의 높은 변동성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의 등락폭이 큰 이유는 개인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며 “최근 유가증권시장으로도 개인 자금이 많이 유입되면서 대형주도 코스닥 종목처럼 급등락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밈 주식(Meme Stock) :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의미하는 ‘밈’과 주식의 합성어.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공간에서 개인 투자자의 입소문을 타고 주가가 급등락하는 주식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