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2월 9일 14시 3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바이오디젤 원료 생산 기업 대경오앤티 인수전이 한일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국내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에 이어 일본 정유사 에네오스가 뛰어들면서 에너지 원료 수급망을 둘러싼 정유사 간 대결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유사인 에네오스가 대경오앤티 인수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인수 의지가 강한 원매자인 HD현대오일뱅크와 에네오스를 상대로 프로그레시브 딜 형태로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이란 최종 입찰에 참여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다시 가격 경쟁을 붙이는 ‘경매 호가’ 방식이다. 매각 측이 특정 후보의 입찰가를 다른 후보에게 알리며 더 높은 금액을 유도할 수 있어, 인수전이 치열할수록 매각가를 극대화하는 데 유리하다.
시가총액 35조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에네오스는 일본 최대 에너지 기업으로 SK그룹과도 연이 깊다. SK이노베이션은 2007년 980억원 규모의 에네오스 지분을 매입한 뒤 전략적 협력 관계를 지속해 왔다. 지난해 초 지분을 전량 매각하긴 했으나, 여전히 우호 관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에네오스가 국내 재무적 투자자(FI)를 구해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였다”면서 “그러나 SK 측은 에네오스가 오랜 기간 교류해 온 만큼 믿을 만한 협상 파트너라고 인지하고 있었고, (이에 에네오스는) 따로 국내 FI를 구하지 않고 단독으로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부족한 자금을 보충하기 위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제이앤드파트너스를 인수 파트너로 고려했지만, 다른 PEF 운용사와 협력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GS칼텍스는 인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경오앤티 매각 가격은 최대 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매각 대상은 대경오앤티 지분 100%다. SK온과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산업은행프라이빗에쿼티(PE)실은 대경오앤티 지분을 각각 40%, 60%씩 보유하고 있다.
대경오앤티는 국내 폐식용유·동물성 기반 바이오 원료 공급 1위 기업이다. 대두를 해외에서 수입해 식용유로 만들거나, 가정·식당에서 나오는 폐유를 가공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바꾼다. 동물 도축 과정에서 나오는 폐유로 자동차·선박 연료, 지속가능항공유(SAF) 등의 원료도 만든다.
지난 2023년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 TI)과 산은·유진PE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약 4000억원에 대경오앤티를 인수, SPC 지분을 각각 4대 6으로 나눠 가졌다. 지난해 SK TI가 SK온에 합병되면서 SK온이 SPC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그룹 전반의 재무 구조 개선과 사업 재편 기조에 따라 매물로 내놓게 됐다.
대경오앤티 실적은 한풀 꺾인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소극적인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고, 유럽도 에너지 전환 계획 속도 조절에 나선 탓이다. 2023년 매출 5845억원, 영업이익 402억원을 기록했던 대경오앤티는 지난해 매출 5027억원, 영업이익 305억원으로 매출과 이익 모두 역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