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7월 21일 중국 시안시 취장신구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WCG 2019 Xi'an 폐막식에서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의 모습./뉴스1

이 기사는 2026년 2월 4일 17시 4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게임 ‘로스트아크’ 개발사 스마일게이트RPG(현 스마일게이트홀딩스)와 라이노스자산운용의 1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 1심 판결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비상장사의 전환사채(CB) 회계 처리 기준 및 상장 책임 유무를 가늠할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업계는 물론 회계 및 투자은행(IB)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 소송과 별도로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 및 창업자의 이혼 소송도 진행 중이다. 스마일게이트RPG의 기업가치가 재산분할 산정의 주요 변수로 거론되는 만큼 일각에서는 이번 손배소가 이혼 소송과 맞물렸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법조계에서는 두 사건은 법리적으로 별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 2년 넘게 치열한 공방... 3월 12일 1심 판결

4일 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31민사부(남인수 부장판사)는 오는 3월 12일 스마일게이트RPG와 라이노스운용 간 손해배상 및 매매대금 청구 소송 1심 선고기일을 연다.

이번 소송은 앞서 2023년 11월 제기됐다. 사유는 스마일게이트RPG가 투자자인 라이노스자산운용과 약속한 기한 내 상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라이노스는 2017년 12월 전환사채(CB)로 200억원을 투자했는데, “CB 만기(2023년 12월 20일) 직전 사업연도(2022년) 당기순이익이 120억원 이상일 경우 상장을 추진한다”는 게 계약 내용이었다.

라이노스는 스마일게이트RPG가 충분한 요건을 달성했음에도 상장하지 않아 최소 100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스마일게이트RPG는 2022년 영업이익 3641억원을 달성하며 기업가치가 최소 수조원에 달하는 유니콘이 됐다.

하지만 막상 회계처리를 반영하자 결과는 달랐다. 기업가치 상승으로 전환사채(CB) 평가손실이 5357억원 발생했고, 이 손실이 당기순손실로 반영되면서 스마일게이트RPG는 라이노스와 합의한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스마일게이트RPG 측 입장). 2022년 영업이익은 3641억원에 달했지만, 당기순손실은 1426억원을 기록했다.

CB 평가손실은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CB를 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2011년부터 상장사와 상장 준비 기업들이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해 왔다. 기존 K-GAAP은 CB를 발행가액 수준의 부채로 잡는 반면, K-IFRS에서는 기업가치가 오르면 전환권 가치 등이 커진 만큼 부채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회계에 반영한다.

스마일게이트RPG는 이에 따라 “상장 의무가 없다”는 판단하에 IPO를 미뤘다. 회사는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당시엔 ‘로스트아크’ 단일 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밸류에이션 부담이 컸던 데다 실적도 고점을 지나 둔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만큼, “굳이 상장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스마일게이트RPG와 라이노스 양측은 2년 넘게 팽팽하게 대립해 왔다. 스마일게이트RPG 측은 계약서 상 문구 그대로 이행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라이노스 측은 “스마일게이트RPG가 CB를 부채로도, 자본으로도 인식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었음에도 상장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채로 계상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아울러 라이노스 측은 ‘당기순이익 120억원’이라는 계약 조건이, 사실상 “기업가치가 약 2400억원이 되면 상장을 추진하자”는 취지로 설정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스마일게이트RPG 측은 ‘기업가치 2400억원’이라는 내용은 계약서상 어디에도 없다고 맞서왔다.

스마일게이트RPG 상장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이 적정 기업가치를 2022년 17조원에서 2023년 7조원으로 하향 조정한 사실에 대해서도 양측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스마일게이트RPG 측은 기업가치가 객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상황에 굳이 상장을 강행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라이노스 측은 “증권사들이 주관사로 선정되기 위해 굉장히 높은 몸값을 제시했다가 향후 상식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 손배소 패해도 분할 대상 재산 가치는 이미 확정

라이노스와의 손배소 1심 판결이 나오고 6일 뒤인 3월 18일에는 권 창업자의 이혼 소송 세번째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권 창업자의 배우자 이모씨는 지난 2022년 11월 15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권 창업자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100% 중 절반을 분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권 창업자는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혼 성립 시 재산분할 규모가 8조원대에 달한다는 사실 때문에 ‘세기의 이혼’이라며 주목받아왔다.

배우자 이씨가 스마일게이트 창업 당시 지분 30%를 출자한 ‘공동창업자’라고 주장하는 점이 이혼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혼인 전부터 보유한 재산 및 결혼생활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분류돼 분할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은 반면, 부부가 함께 형성한 공동재산은 분할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RPG는 재산분할 청구 대상인 스마일게이트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그룹 핵심 사업가치가 홀딩스 가치 산정에 반영되는 구조다. 최근 스마일게이트RPG가 스마일게이트홀딩스에 흡수합병되면서 법인 형태는 바뀌었지만, 결과적으로 로스트아크를 보유한 사업가치가 재산 분할 대상의 일부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만약 스마일게이트RPG가 손배소에서 라이노스에 패소해 천억원대 배상액을 지급할 경우, 권 창업자의 이혼 재산 분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법조계에서는 “원칙적으로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미 재산에 대한 감정 평가가 끝났기 때문이다.

통상 이혼 재산분할에서 부동산·주식 등 재산의 감정 평가 기준일은 사실심(1심 또는 2심) 변론종결일로 정해진다. 다만 권 창업자의 경우 재산 대부분이 비상장 주식이어서 가치 산정이 핵심 쟁점이 됐고, 당사자들이 합의해 2023년 12월 31일을 감정 기준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준일을 토대로 산정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가치는 최소 4조9000억원에서 최대 8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기준일을 정해 감정이 진행된 만큼, 이후 변수가 생긴다고 해서 기준일 이후 사건을 소급해 감정가를 다시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가령 ‘상장을 했더라면’이라는 가정 아래 기업가치를 다시 산정해 분할대상 재산을 늘리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배 패소로 스마일게이트RPG에서 1000억원대 현금이 실제 유출될 경우, 재산분할의 산정과 별개로 분할받는 자산의 실질 가치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이씨가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을 받는 구조라면, 그룹 핵심 사업에서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해 주식의 실질 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지분을 분할받더라도 그 회사에 대규모 손해배상 부담이 있다면, 결과적으로 우발채무를 안은 주식을 받는 셈이어서 경제적으론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