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급등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5일 외국인과 개인이 역대급 매매 공방이 펼쳐졌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사상 최대 규모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사상 최대 규모 순매수한 것이다. 여기에 기관도 2조원 순매도에 동참하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8조원에 달하는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0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2조692억원을 던지며 하락 폭을 키웠다. 개인은 이 모든 물량을 6조7785억원 규모로 순매수했지만, 낙폭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는 특히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간밤 미국 기술주가 급락하며 투자 심리가 악화한 여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80%, 6.44%씩 급락했는데, 외국인이 각각 2조5875억원, 1조3749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두 종목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액은 이날 전체 외국인 순매도액의 79.1%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급등락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외국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오른 1461원으로 개장해, 20원 가까이 오른 1470원 부근에서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외국인은 2861억원, 기관은 539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맞서 개인은 9034억원어치 순매수했으며, 이는 2021년 12월 29일(1조1556억원), 지난 1월 21일(9553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하지만 코스닥 지수도 3.57% 하락하며 1149.43에서 1108.41로 내려앉았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종의 실적 발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순환매 흐름이 나타나고, 향후 국내외 이슈에 단기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실적 발표 이후 실적 모멘텀(상승 여력)이 소멸하며 외국인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패션·엔터·호텔·자산·항공 등 소비재로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하는 가운데 개인 자금은 대거 유입되고 있다. 개인의 증시 투자 온도를 보여주는 대기 자금이 대폭 늘어난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투자자예탁금은 111조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예탁자산 10만원 이상, 6개월 내 거래 이력 있는 계좌) 수도 1억개를 돌파했다.

정원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이벤트와 펀더멘털(기초체력)의 구분을 명확히 해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고, 경기 모멘텀이 설명하는 지수의 방향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다음 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단기적인 변동성은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