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의 사상 최고가 행진이 멈추지 않으면서, 시장의 시선이 현물을 넘어 채굴·제련 기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단순히 금 현물을 들고 있는 것보다 채굴·제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이유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 때문이다. 금을 캐내고 제련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장비 운영비 등 고정비는 금값과 상관없이 일정하다. 따라서 금값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가격이 오르는 대로 그 상승분이 고스란히 기업의 ‘순이익’으로 직결된다. 금값이 10% 오를 때 채굴 기업의 이익은 20~30% 이상 가파르게 치솟는 구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6일(현지 시각)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5100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은 선물 가격도 100달러를 돌파하며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금과 함께 은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금거래소에 실버바 등 제품이 진열돼 있다. /뉴스1

금값 상승의 이면에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무차별적 관세 위협, 그리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훼손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환보유액을 금으로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도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월평균 금 매입량이 약 60톤(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은값 역시 산업과 투자라는 쌍끌이 수요에 힘입어 폭등 중이다. 태양광 패널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필수 소재로서의 산업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지정학적 불안을 느낀 중국과 인도의 대규모 투자 자금까지 유입되며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이 같은 가격 급등에 관련 ETF로 자금 유입도 빠르게 늘고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올해 들어 ACE KRX 금현물에 4435억원, KODEX 은선물(H)에는 3268억원, TIGER KRX금현물에는 1639억원 등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불과 한 달여 만에 금·은 관련 ETF로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린 셈이다.

직접 투자뿐 아니라 영업 레버리지를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채굴·제련 기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굴과 제련 기업은 레버리지가 큰 구조여서 금과 은값이 오르는 국면에서 주가 상승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며 “위험 자산 선호 환경 속에서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굴 기업은 금과 은값이 오를수록 이익 레버리지가 커지는 구조다. 판매 가격은 금·은 시세에 즉각 연동되지만 인건비와 전력비 등 고정비 성격의 비용은 단기간에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 상승분이 비용 차감 없이 고스란히 영업이익으로 직결되면서, 기초자산의 상승률을 압도하는 수익률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 순자산 총액은 지난 22일 기준 1000억원을 돌파했다. 1년 전 77억원 대비 13배 늘어난 규모로, 최근 1년 수익률은 188.81%에 달한다.

제련 기업으로도 투자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제련 기업은 광산에서 나온 정광을 받아 제련 수수료를 받는 것이 기본 수익 구조다. 하지만 진짜 승부처는 제련 과정에서 회수되는 금·은 등 귀금속 부산물에 있다. 특히 부산물 판매 부문은 인건비와 정광 조달 비용이 고정된 상태에서 귀금속 가격이 오를수록 판매 단가가 수직 상승해 이익 레버리지가 극대화되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으로 고려아연 주가는 올해 초 128만원에서 27일 183만원까지 오르며 약 43% 상승했다. 고려아연은 은 매출 비율이 지난해 기준 약 30%에 달해, 최근 은값 랠리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있다는 평가다. 박 연구원은 “고려아연의 은 매출 비율은 2025년 32.3%에서 2026년 47%까지 확대되며 아연을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LSMnM(구 LS니꼬동제련)에도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LSMnM은 구리 제련을 본업으로 하는 기업으로,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은 등 귀금속 부산물을 판매한다. 메리츠증권은 “금·은 가격 상승 폭 확대로 LSMnM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8% 증가한 4조5606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금·은 가격이 조정을 받을 경우 채굴·제련 기업의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꼽힌다. 가격 하락 시 인건비와 전력비 등 고정비 부담이 오히려 부각되면서 이익률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