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플랜트 엔지니어링 업체 한양이엔지의 김형육 회장이 차남에게 가업을 승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경영 일선에서 실무를 익혀온 차남에게 지분 상당 부분을 증여하며 회사의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이다.

김형육 회장이 80세의 고령에 접어들면서 한양이엔지는 그동안 승계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 지분 변동으로 승계 논란이 일단락되고 경영권 안정이 가시화되면서 주가는 강력한 탄력을 받았다.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 28일 한양이엔지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장을 마쳤다.

한양이엔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와 디스플레이, 산업플랜트, 우주항공업체에 엔지니어링을 제공하는 코스닥 상장사다./한양이엔지 제공

한양이엔지는 최대주주가 창업자 김형육 회장에서 김윤상 대표이사로 변경됐다고 28일 밝혔다. 최대주주 오너 일가의 전체 지분은 46.53%로 동일하지만, 회사의 단일 최대주주는 김형육 회장에서 차남 김윤상 대표로 변경됐다.

김 회장은 승계 과정에서 직접 증여 대신 ‘주식관리신탁’ 계약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 384만7000주(21.36%)를 수탁자인 김 대표에게 신탁함으로써, 실질적인 의결권과 경영권을 차남에게 넘긴 것이다.

주식관리신탁은 주식을 직접 증여하지 않고도 의결권과 수익권을 분리해 넘길 수 있다. 동시에 수탁자와의 계약을 통해 지분의 임의 처분을 막음으로써 오너의 강력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된다.

실제 이 계약에 따라 김윤상 대표는 주식을 관리하며 의결권을 행사하고, 해당 주식에서 발생하는 배당 소득은 두 손자에게 각각 귀속되도록 설계됐다. 또 회사는 김 회장이 김 대표에게 증여한 주식 중 36만주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한 후 이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탁 관련 전문가는 “주식을 직접 증여하지 않고 신탁을 활용하면 계약 조건을 통해 의결권과 배당권을 분리하는 등 주식에서 파생되는 이익과 권리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가업 승계와 증여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신탁 계약을 구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양이엔지의 승계 작업이 고차방정식이 된 이유는 김윤상 대표뿐 아니라 김 회장의 장남 김벙상 대표의 역할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7년 아버지 회사에 입사한 김 회장의 장남 범상씨는 현재 한양이엔지 사장으로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다만 범상씨의 사내 지위는 동생 윤상씨와 비교해 높지 않다. 회사 공동대표이사인 윤상씨는 2015년 회사에 입사했지만, 아버지의 뒤를 따라 삼성전자에서 경력을 쌓았고, 계열사인 한양디지텍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는 반면, 범상씨는 한양이엔지 미등기 사장으로 한양디지텍에서는 부사장 직책을 갖고 있다.

김범상 사장은 가업 외 개인 활동의 범위가 넓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나온 범상씨는 한양이엔지, 한양디지텍 경영에 참여하면서 서울 회현동의 복합문화공간 피크닉(Piknic)을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글린트 대표도 지내고 있다.

지분 증여가 완전히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김윤상 대표가 최대주주 지위에 오르면서 승계 이슈보다 회사 본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이 7.68% 잔여 지분을 갖고 있고, 김 회장의 배우자 홍옥생씨 역시 10.5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엔지니어링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한양이엔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초고순도 배관과 화학물질 중앙공급장치(CCSS)의 설계·제작·시공을 담당한다. 삼성전자 출신인 김형육 회장이 창업한 뒤 반도체 업체에 대한 수주 비중이 절대적이었지만, 산업플랜트와 가스, 우주항공 등으로 엔지니어링 분야를 넓혔다. 삼성물산과 미국·유럽 가스 업체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한양이엔지는 최근 몇 년 연간 매출액이 1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은 850억원 안팎을 달성하고 있다. 회사의 배당성향은 14%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