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코스피 지수가 5080선을 돌파하면서 종가 기준으로도 ‘오천피’를 달성했다.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 5000포인트를 넘은 건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2% 가까이 오르며 1080선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2000년 IT 버블 붕괴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수세를 보인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개인 자금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대거 유입됐다. 대형주들은 사상 최고가를 잇따라 경신했다. 삼성전자가 16만원을 목전에 뒀고, SK하이닉스는 80만원까지 올랐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35.26포인트(2.73%) 급등한 5084.85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 출발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4890.72까지 밀렸다가 외국인과 기관의 ‘사자’ 기조에 힘입어 크게 반등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8514억원, 2384억원 규모로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만 1조231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 강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5% 가까이 뛰며 16만원에 근접했고, SK하이닉스는 8.70% 급등했다. SK스퀘어(7.26%), KB금융(5.54%), 두산에너빌리티(1.96%) 등이 상승했다.
장 초반 코스피를 흔든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복원 발언이었다. 간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가 한미 간의 무역 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 합의 이전 수준으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이에 자동차 관세가 15%에서 25%로 오를 것이란 우려에 기아와 현대차는 각각 1.10%, 0.81%씩 하락 마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언제나 겁먹고 도망친다)’ 트레이드를 보일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에 하락 폭이 예상만큼 크진 않았다.
코스닥 지수 역시 장 초반 1% 가까이 약세를 보이다가 상승 전환했고, 전 거래일 대비 18.18포인트(1.71%) 오른 1082.5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긴 것은 간혹 있었지만, 최근 코스닥 지수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1000선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 지수를 끌어올린 자금은 개인 자금이었다. 기관이 1조6521억원어치를 대거 순매수했지만, 대부분이 개인 자금으로 추정되는 금융투자업체(1조5038억원)였다. 개인이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면 유동성 공급자(LP)가 설정·환매 과정에서 해당 ETF의 구성 종목을 시장에서 사들이는데, 이 물량이 금융투자 수급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1104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에는 일제히 빨간불이 들어왔다. 리노공업이 10% 넘게 급등했고, 삼천당제약(6.39%), 에코프로(6.30%), HLB(5.07%), 코오롱티슈진(4.69%), 리가켐바이오(3.93%), 펩트론(2.50%), 에코프로비엠(2.15%), 에이비엘바이오(1.04%), 알테오젠(0.49%) 등이 강세였다. 시총 10위 안에 드는 종목 중 레인보우로보틱스만 4.27% 내리며 약세였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언급에도 타코(TACO)에 익숙해진 모습”이라며 “이날 SK하이닉스, 전력 기계, 원자력 등 실적 모멘텀(상승 여력)이 있는 업종들이 상승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