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4년 만에 마의 1000포인트 벽을 넘어섰다.연초 5000선을 돌파하며 거침없이 질주하던 코스피가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하자, 상대적으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코스닥으로 유동성이 빠르게 옮겨붙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의 코스닥 밸류업 정책 기대감이 맞물리며 대형주뿐만 아니라, 중소형주 전반에도 매수세가 확산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닥 지수가 나오고 있다. /뉴스1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1003.90포인트로 출발한 뒤 외국인과 개인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 폭을 키우며 장중 1050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2021년 말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지수는 장중 한때 6% 가까이 급등하며 매수 호가를 제한하는 장중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와 ‘키 맞추기’ 나선 코스닥…중소형주도 순매수 우위

시장에서는 최근 코스피 대비 낮은 상대 수익률을 기록한 코스닥이 ‘키 맞추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부터 지난 23일까지 18.41%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 상승률은 7.4%에 그쳤다.

수급에서도 뚜렷한 ‘머니 무브’가 포착된다. 이날 오전 12시 39분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000억원, 5800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600억원, 기관이 1조6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다만 기관 순매수 가운데 약 1조3000억원은 ETF 자금으로,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이 진행될수록 외국인과 기관의 코스닥 순매수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코스닥 대형주뿐만 아니라 중·소형주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53분 기준 코스닥 대형주에는 외국인이 2986억원, 기관이 1조7883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중형주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각각 157억원, 2381억원 순매수 중이다. 소형주에서는 외국인이 716억원을 순매수했다. 대형주와 중형주, 소형주 모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코스닥 상승세가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베팅이 압도적이다. 실제 지난 23일 하루에만 코스닥150 지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에 1873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KODEX 코스닥150′에도 91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날에는 코스닥 레버리지 상품 매매를 위한 사전 교육 이수 수요가 급증하면서 금융투자협회의 온라인 교육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현행 제도상 개인 투자자가 레버리지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 고위험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하려면 금투협에서 1시간 분량의 온라인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다.

◇이번엔 코스닥 3000이다… 정부 의지에 시장 체질 개선 기대감 확산

정부의 ‘코스닥 3000’ 목표에 대한 기대감도 증시 자금 이동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찬 자리에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코스닥 3000선 달성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책 기대가 확산됐다. 불과 6개월 전 ‘코스피 5000’ 공약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선 회의론이 지배적이었으나, 실제 지수가 5000선을 돌파하며 정부의 정책 의지가 강력한 상승 동력임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토스증권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처음 코스피 5000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비난과 조롱이 많았지만 결국 달성했다”며 “코스닥도 부실 기업만 정리된다면 2000선까지는 가능할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자금 흐름뿐 아니라 시장 체질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코스닥 상승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의 만성적인 신뢰 저하를 해소하기 위해 상장 요건은 엄격히 하고, 부실 기업 퇴출은 신속히 하는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 에너지저장장치(ESS), 우주 산업 등 3대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 특례 상장을 확대해 성장성 높은 기업의 진입을 유도하는 한편, 부실 기업에 대해서는 상장폐지 전담 부서 확충과 매출액 요건 상향 등을 통해 퇴출 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양질의 자금 유입을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된다. 정부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기금운용평가 기준 개편을 검토 중이며,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첨단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코스닥 벤처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한도 확대와 함께, 종합투자계좌(IMA) 도입과 발행어음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도 증권사를 중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상장·퇴출 구조 개편과 기관 투자자 유입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코스닥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여기에 부실 기업 상장폐지 강화와 상법 개정 등은 코스닥 디스카운트 해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