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첫 5000선을 돌파하며 한국 증시의 새 지평을 연 가운데, 코스닥 역시 4년 만에 ‘천스닥’ 고지에 복귀했다. 이번 상승장은 과거의 과열된 테마주 장세와 달리, AI와 로봇 등 실질적 기술 주도주들이 지수 견인의 핵심축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질적 성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6일 오전 11시 28분 기준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3.44포인트(5.4%) 오른 1047.37을 기록했다. 1003.85에서 거래를 시작한 코스닥 지수는 장 초반 6% 넘게 급등하며,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되는 ‘매수 사이드카’가 9개월 만에 발동되는 등 시장 전반에 강력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 AI·로봇 열풍에 코스닥 주도권 이동… ‘대장주’ 알테오젠 이탈도 영향
과거 코스닥을 호령하던 이차전지 관련주가 주춤한 사이, 로봇과 AI 반도체가 그 자리를 꿰찼다. 시총 1위 알테오젠이 올해 1분기 코스피 이전을 확정 지으면서, 시장의 시선은 이미 차세대 대장주를 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6개월간 코스닥을 달군 주인공은 1060.5% 오른 성호전자다. 전기차 부품사에서 엔비디아 공급망(에이디에스테크) 인수를 통해 AI 인프라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며 주가가 10배 넘게 튀어 올랐다..
그 외 재영솔루텍(644.9%), 현대무벡스(601.9%), 원익홀딩스(553.9%), 앱클론(434.6%), 한국피아이엠(429.2%), 휴림로봇(418.9%), 뉴로메카(416.8%), 삼현(416.2%) 등이 뒤를 이었다. 상승률 상위 10위권 중 7개가 로봇·AI 관련주라는 점은 코스닥의 이익 지도가 완전히 재편됐음을 보여준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닥150 지수 내 건강관리·반도체·기계 종목의 시총 비중은 전년(58.0→63.7%) 대비 5.7%포인트 증가하며 영향력이 더 커졌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알테오젠이 코스닥150에서 이탈하며 새로운 종목이 편입되고, 알테오젠을 추종하던 패시브 자금은 나머지 종목들로 유입된다”며 “이에 시총 상위 로봇·제약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코스닥 주도주로 뽑히던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 흐름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유럽의 2035년 내연차 판매 금지 규제 완화와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각국의 배터리 소재 여건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SK·포스코 등 그룹사의 계약 취소 및 축소가 이어지면서 우려가 커진 탓이다. 다만 양극재 테마는 로봇 수혜주 중 하나로 꼽힌다.
◇ ‘큰손’ 투자자도 코스닥으로 유입… ‘코스닥 3000’ 기대감까지
코스닥 시장의 고질적 한계로 지적되던 수급 불균형도 해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6개월간 개인 투자자가 2조839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견인한 가운데, 연기금을 필두로 한 기관 투자자들도 9229억원을 사들이며 ‘천스닥’ 안착에 힘을 보탰다.
특히 연기금이 기관 순매수액의 37%가량인 342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은 이 기간 코스닥 주식을 144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직전 6개월(1조6389억원)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크게 줄었다.
최근 5년간 코스닥 신규 상장 수는 미국·일본 등 주요국보다 3배가량 많지만, 퇴출 비율은 낮아 구조 개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상장사 중 한계기업도 21.8%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스피5000특별위원회가 다음 목표로 ‘코스닥 3000’을 제시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의 양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른 수혜 종목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AI·로봇 관련주의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상장·퇴출 구조 개편과 기관 투자자 유입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코스닥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