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예금과 보험을 취급하는 금융사들이 올해 관련 상품 판매를 자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 당국이 달러 관련 금융 상품을 환율 상승 요인으로 보고 관리 강화를 주문하자 금융사들이 이에 맞춰 마케팅을 최소화하는 등 몸을 낮춘 것이다.
20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요 은행들은 달러 외화예금의 금리를 낮추고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만기 기준 달러 예금 금리를 지난 14일 연 3.21%에서 19일에는 연 3.11%까지 내렸다. 우리은행은 이달 15일 해외여행 특화 외화예금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의 달러 금리를 연 1.0%에서 10분의 1 수준인 연 0.1%로 크게 낮췄다. 국민은행은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 고객을 대상으로 환율 우대 100%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달러를 원화로 자동 환전해 입금받는 방식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보험 업권도 달러 보험 상품 판매 계획을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현재 달러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AIA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4개 생명보험사는 올해 판매 확대 없이 기존 계약 관리 중심의 영업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 가까이 치솟자 금융사에 달러 관련 상품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시중은행 수석 부행장들을 불러 달러 예금 상품과 관련해 ‘마케팅 자제 방침’을 전달했다. 개인의 달러 상품 투자 열기를 환율 상승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은행권에 수요 억제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에는 AIA생명, 메트라이프, 신한라이프, KB라이프의 담당 고위 임원을 소집했다. 현재 금감원은 달러 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에 상품 위험성 등이 고지됐는지 여부를 살피기 위해 자체 점검을 요구한 상태다. 생명보험협회가 제정한 ‘외화 보험 상품 운영에 관한 규준’을 준수했는지 여부도 살필 예정이다. 이후 추가로 들여다볼 부분이 있거나 위규 정황이 발견되면 해당 보험사에 직접 현장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금감원이 속도를 내면서 조만간 현장 점검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은 127억3000만달러(약 18조7971억원)로, 2024년 말보다 9억1700만달러(약 1조3540억원) 늘었다. 2021년 말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다. AIA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의 달러 보험 신계약 건수는 2024년 말 4만598건에서 지난해 말 11만7398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3일 “해외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해외 주식 투자와 외화 금융상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등 사전적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는 내부적으로 달러 상품 판매 강화 전략을 세웠다가, 최근 급하게 이를 철회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