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1월 19일 14시 3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소상공인들의 팁스(TIPS)’로 불리는 립스(LIPS)가 민간 운영사들의 ‘돈놀이 창구’로 전락했다. 민간이 발굴해 투자한 소상공인에게 정부가 대출과 보조금 등을 지원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늘리겠다는 목표로 2023년 출범했지만, 투자처 부당 선정 등 부실 투자가 드러났다.
민간 운영사들은 현장 실사 없이 투자 후 지원금을 매칭하는가 하면 출자자(LP) 사익을 위한 ‘회전문 투자’도 진행했다. 한 운영사는 아예 프랜차이즈 가맹점 개설 자금을 립스 지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예비 점주를 LP로 끌어들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해 말 립스 민간 운영사 특별 점검을 진행한 결과 창업기획자(AC)인 립스 민간 운영사들의 투자조합 조성과 투자 과정에서 자금 중개·이해상충 위반 등 부적절·위법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민간 운영사 3곳(그라운드업벤처스, 알파랩, 어나더브레인)에서 벤처투자법 위반 5건과 립스 운영 지침 위반 5건이 발견됐다. 이 운영사들은 벤처투자법 위반과 운영 지침 위반 관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증빙 자료 요청에도 일제히 미제출로 일관했다.
립스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만든 ‘민간 투자 연계형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으로 2023년부터 시행됐다. 민간이 투자한 소상공인에게 대출 등 정책 자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로,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의 운영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지난해에는 유망 소상공인에게 사업 보조금(최대 2억원)을 주는 립스2(LIPS II)도 도입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민간 운용사로 선정한 AC가 소상공인을 발굴해 투자하면, 민간의 안목을 믿고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작년 대출을 포함해 600억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다.
그라운드업벤처스는 정부 지원금 확보를 목표로 법 위반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음식 배달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점 개설 자금을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기 위해 맞춤형 투자조합을 만들고, 별도의 투자 심사도 없이 가맹점주에게 투자금을 단순 집행했다.
아울러 그라운드업벤처스는 예비 가맹점주를 출자자로까지 확보했다. 가맹점 개설 투자금을 가맹점주가 낸 돈을 활용해 충당한 것으로, 벤처투자법에서 정한 ‘제3자 자금 중개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 다행히 그라운드업벤처스의 투자는 립스 최종 선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정부의 공적 자금이 특정 개인의 사업 확장에 이용된 정황도 포착됐다. 알파랩은 개인 투자조합의 LP가 대주주로 있는 특수관계인 법인들에 투자해 3억원 넘는 지원금을 받았다. 유망 소상공인이 받아야 할 지원금이 특정 운영사와 연결된 ‘내 식구’에게 독점된 셈이다.
민간 운용사들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명 요청에도 매우 불성실했다. 적발된 3개사 모두 증빙 자료 제출 요청에 2회 연속 미회신하며 조사를 회피했다. 립스 운영지침 제32조에 명시된 민간 운영사의 성실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모럴 해저드’의 극치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민간 운영사 관리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부 운용사는 예비 가맹점주들로부터 출자금 모집 후 7%대 관리보수를 책정하기도 했지만, 립스 운영지침에는 이를 제한할 별도 규정조차 없었다.
강승규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이 중기·벤처기업 지원을 넘어 소상공인 창업과 지원 활성화로 확대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제도 시행 초기 일부 민간 운용사의 일탈 행위를 확실하게 바로잡아 정책이 올바르게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장 특별 점검 결과 벤처투자법과 운영 지침 위반이 적발된 운영사 3곳에 주의·경고 처분을 했다. 특히 그라운드업벤처스는 주의 2회 누적으로 올해 립스 민간 운영사 협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아울러 LP가 자신이 대주주로 있거나 이해관계가 얽힌 회사를 투자 대상으로 추천하지 못하도록 운영 지침에 명문화해 사익 편취를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 투자 결정 과정에서의 증빙 자료 제출 요건을 대폭 강화해 심사 절차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부정한 방법으로 정책 자금을 받으려 시도하거나, 벤처투자법 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는 민간 운용사 등에 대해 사업 참여를 제한할 것”이라면서 “부정 취득 자금이 있다면 환수 조치하고, 벌칙 등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