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센터필드. /뉴스1

이 기사는 2026년 1월 16일 16시 1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강남 핵심 오피스 자산인 ‘역삼 센터필드’ 매각을 추진하면서 주요 투자자인 신세계프라퍼티와 전례 없는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집합투자업자(GP)의 고유 권한을 내세워 매각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신세계프라퍼티는 운용사의 독단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역삼 센터필드 매각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이번 RFP는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에만 제한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달 중 자문사를 선정한 뒤 사전 마케팅 절차에 돌입하고, 상반기 중 예비입찰을 거쳐 펀드 만기 전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역삼 센터필드를 보유한 펀드의 만기일은 오는 10월 8일이다.

펀드 투자자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이번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역삼 센터필드는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향후 자산 가치 상승도 기대되는 우량 자산인 만큼 장기 보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센터필드 자산 매각은 이지스자산운용의 독단적 행태”라며 “센터필드 매각은 일절 고려한 바 없으며, 일방적인 매각 추진이 계속될 경우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프라퍼티가 매각에 반대하는 배경에는 역삼 센터필드가 핵심 수익원이라는 점에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캡스톤APAC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2호’를 통해 센터필드 보유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신탁의 지난해 순이익은 518억원이다. 이는 신세계프라퍼티 전체 순이익 797억원의 약 65%에 해당한다. 역삼 센터필드에서 발생한 수익이 추가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자산이 매각될 경우 이 같은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주요 투자자 중 한 곳인 국민연금도 신세계프라퍼티와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기금은 개별 투자 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신세계가 매각이 아닌 자산 유지를 원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역시 같은 의견”이라고 말했다. 역삼 센터필드 펀드 지분은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각각 약 49.7%씩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센터필드 매각이 운용사의 독립적 판단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운용사는 투자자의 지시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산을 운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논리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87조는 ‘집합투자업자가 투자자로부터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행위’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원칙적으로 단순 협의를 제외한 행위는 명령·지시·요청 등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양측은 선관주의 의무에 대해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펀드 만기 전까지 수익을 극대화하고, 자산을 매각해 투자자에게 자금을 환급하는 것이 선관주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신세계프라퍼티는 운용사가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주요 투자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각을 강행하는 것은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펀드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매각마저 제동이 걸릴 경우, 차입금에 대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할 수 있다. 펀드 운용사 교체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펀드 만기를 한 차례 더 연장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펀드 만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자산 매각을 반대할 경우 선택지는 만기 연장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만기 연장 자체에는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세계 측은 “매각 절차 중단이 선행된 후 신뢰관계를 회복해야 만기 연장에 대해 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는 원칙에 따라 펀드 만기 전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자산의 장기 보유를 위해 매각을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양측의 입장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은 펀드 만기 연장 외에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