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1월 13일 15시 3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대기업 계열사가 상장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통상 상장을 전제로 투자금을 유치하는데, 상장이 어려워질 때마다 계약 조건을 두고 서로 유리한 해석을 내놓는 탓이다. 잦은 갈등으로 향후 대기업 계열사의 투자 유치 난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지난해 말 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제기한 LS이브이코리아(LSEVK) 풋옵션(매수청구권) 이행 소송과 관련해 반소를 제기했다. LSEVK는 2017년 설립된 LS전선의 전기차 부품 자회사로 고전압 커넥터와 배터리 부품 등을 생산한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지난 2020년부터 투자를 이어와 LSEVK의 지분 16%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 당시 계약에는 상장 추진 협조 의무, 상장 무산 시 제한적으로 행사 가능한 풋옵션(IRR 15%), 케이스톤파트너스의 공동매각권에 대응하는 LS전선의 우선매수협의권(IRR 4%)이 포함됐다.

LSEVK는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예비심사를 진행했다. 당시 상장 도전은 사실상 실패했는데, 심사 과정에서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의무보유확약을 이행하지 않아 신청이 반려됐다는 게 LS전선의 입장이다.

반면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상장 무산의 책임이 LS전선 쪽에 있다며 759억원 규모의 풋옵션 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LS전선이 지난해 12월 우선매수권협의권을 행사, 케이스톤파트너스는 투자 원금 400억원에 내부수익률(IRR) 4%를 적용한 489억원을 돌려받았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SK에코플랜트 사옥. /SK에코플랜트 제공

◇ SK에코플랜트, 회계 위반에도 상장 강행

SK에코플랜트에서도 회사와 사모펀드 간 불협화음이 벌어질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이달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자회사 회계 처리 규정 위반에 대한 감리 결과 중과실 수준의 조치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상장을 진행하는 것이다.

SK에코플랜트 일부 투자자는 회사가 상장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주주 간 계약에 담긴 허점을 노려 상장 의무를 다하는 형식적 요건 갖추기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회사가 상장 의무를 고의로 소홀히 할 경우 투자자가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회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상장이 무산되면 별도의 페널티를 부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2년 1조원 규모의 프리(pre)-IPO 투자를 유치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이음프라이빗에쿼티, 큐캐피탈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KY PE가 전환우선주(CPS)로 6000억원을 투자했다. 글랜우드크레딧과 한국투자증권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4000억원을 집행했다.

계약에는 올해 7월까지 회사가 상장에 실패할 경우 투자금에 이자를 붙여 상환하거나, 페널티 성격으로 보장 수익률을 상향하는 조항이 담겼다. 연 5%대였던 보장 수익률 혹은 배당률이 10% 초반까지 오르는 구조다. 변경된 수익률이 2022년 투자 시점부터 소급 적용되는 만큼 페널티가 실행되면 회사가 갚아야 하는 돈은 급격히 많아진다.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가이드라인은 질적 심사 요건 가운데 하나로 회계처리 투명성을 명시하고 있다. 최근 3사업연도 감사보고서 회계감리 결과 과징금 부과를 받았다면 상장 거부 사유가 된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2022~2023년 미국 현지 자회사의 매출을 각각 1506억원, 4647억원 과대 계상한 사실이 적발돼 과징금 54억1000만원 등의 조치를 받았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아직 상장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고, 재무적 투자자(FI)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협의에 따라 상장을 추진하든, 상장 기한이 연장되든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갈등이 지속되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투자 유치 난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투자자 입장에선 손해보지 않으려면 계약 조건을 빡빡하게 설정할 수밖에 없다”며 “그간 대기업 평판을 믿고 투자하던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