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1월 14일 15시 2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3조3000억원이라는 낮은 몸값으로 증시 입성을 노리면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공모가 밴드의 상단 가격으로 공모가가 결정돼야 투자 단가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구주 매출로 투자금을 전액 회수할 수도 없어, 추후 보호예수가 끝날 때쯤엔 오버행 이슈(잠재 매도 물량으로 인해 주가가 힘을 얻지 못하는 것)에 휘말릴 수도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전날 금융위원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케이뱅크는 공모 예정 주식 수 6000만주 중 절반인 3000만주가량을 구주매출로 할당했다. 주당 공모가 희망 범위는 8300~9500원으로, 공모액은 약 4980억~5700억원이다. 공모가 기준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3조3670억~3조8540억원이다. 이에 따른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범위는 1.38~1.56배 수준이다.
문제는 MBK파트너스·베인캐피탈·MG새마을금고 등 주요 FI가 보유한 약 1억2000만주의 주식을 처분하기에 구주매출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FI들이 털어낼 수 있는 물량은 전체의 29% 수준으로 일부 현금화에 만족해야 한다. 특히 컴투스 등 일부 투자자는 구주매출 배정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FI가 상장 후 장기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수익률 측면에서도 FI들의 고민은 깊다. 2021년 1조2500억원 투자 당시 주당 6500원가량에 진입한 이들은 약정된 연 8%의 내부수익률(IRR)을 달성하려면 주가가 9500원선을 웃돌아야 한다. 이는 공모가 밴드 상단(9500원)에 겨우 맞춘 단가로 FI들은 사실상 ‘무수익 엑시트’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케이뱅크가 올해 7월까지 상장에 실패할 경우, FI들은 최대주주인 BC카드 지분(31.23%)을 포함해 시장에 내다팔 수 있다는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성장성이 높지 않은 은행업 특성상 설령 M&A시장에 매물로 나온다고 해도 적당한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보다는 FI와 BC카드 측이 추가 협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이 또한 BC카드의 자금 사정상 협상이 순탄하게 흐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케이뱅크가 시장에서의 평가를 확신할 수 없는 가운데서도 상장에 나선 배경이다.
상장 초반 주가 흐름이 양호하게 나타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흐름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케이뱅크는 상장 직후 유통가능물량이 전체의 36.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후 3개월 뒤 풀리는 물량은 8.83%, 6개월 뒤 풀리는 물량은 20.68%다. 보호예수가 해제되는 시점에 FI들이 엑시트에 나설 경우,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추락하는 ‘IPO 잔혹사’가 재연될 수 있다.
특히 상장 후 6개월 뒤에나 지분을 완전히 팔 수 있는 FI인 ▲우리은행(6개월 후 매도 가능 지분율 9.22%) ▲베인캐피탈(1.9%), MBK파트너스(1.9%) ▲MG새마을금고(1.34%) ▲NH투자증권(5.11%) ▲JS PE-신한투자파트너스(1.19%)는 고민이 더 크다.
한편 케이뱅크는 오는 2월 4일부터 10일까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받은 뒤 같은 달 20~23일 2거래일간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삼성증권이며, 인수단으로 신한투자증권이 참여한다. 케이뱅크는 2023년 128억원, 2024년 1281억원, 2025년 3분기까지 10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