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동조합의 상급 단체인 금융산업노동조합이 최근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을 찾아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과징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2조원대 과징금을 줄이기 위해 정치권을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과 금융노조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정책 연대를 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5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시중은행의 홍콩 ELS 불완전 판매 제재 안건을 상정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8일 열린 1차 제재심에 이어 15일 2차 심의가 열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일정이 연기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홍콩 ELS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2조원에 달하는 과징금·과태료 조치안을 사전 통보했다. 과징금 규모는 국민은행이 약 1조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금감원이 2차 제재심 일정을 연기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노조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민주당 의원과 김병욱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차례로 만나 홍콩 ELS 과징금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과징금 원점 재검토와 제재 범위에 해당하는 위반 행위 명확화, 자율배상 실적을 반영한 과징금 경감 등을 요청했다고 한다. 김 비서관은 한국증권협회(현 금융투자협회)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사무금융노조에서도 활동했다.
금융권은 금감원의 제재심 일정 연기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들은 1차 제재심에서 자율배상 등 사후 노력에 나섰다는 점을 소명했는데, 금융 당국이 이를 고려해 심의 일정을 늦춘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홍콩 ELS를 판매한 은행들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96.1%에 달하는 자율배상을 진행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차 제재심에서 자율배상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소명했고, 이런 노력이 과징금 감경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