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는 액티브 펀드들은 오히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정 종목 편입 한도를 제한하는 자본시장법 규제가 시장 흐름을 가로막으면서, 이른바 ‘규제 시차’가 수익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일 기준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3.14%를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준수한 성과 같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약 56% 급등하고 시장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 수익률이 29.94%에 달한 것에 비하면 시장 성과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큰 코스피200지수 등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가 대형주 랠리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린 것과 달리, 액티브 펀드는 분산 투자 구조와 종목별 편입 한도 규제에 묶이면서 시장 상승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패시브 전략을 취한 상품들의 성과는 액티브 펀드와 뚜렷한 대비를 보이고 있다. 패시브 전략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각각 26~27%가량을 집중 편입한 ‘HANARO Fn K-반도체’ ETF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52.43%에 달한다. 같은 기간, 두 종목에 합산 50% 이상을 집중 투자한 ‘ACE AI반도체포커스’의 수익률은 60.96%로 집계됐다.
이 같은 성과 격차는 자금 흐름의 양극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3개월간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에 약 2459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되는 데 그친 반면, 인덱스 펀드에는 5조1152억원의 뭉칫돈이 쏟아졌다. 반도체 업종이 장세를 주도하는 국면에서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이 액티브 펀드 운용역의 종목 선정 역량을 압도한 셈이다.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은 최근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공모펀드 편입한도 규제’를 꼽는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모펀드는 단일 종목을 10% 초과해 편입할 수 없다. 다만 시행령에 따라 해당 종목의 코스피 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이 10%를 넘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비중만큼 투자가 허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예외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문제는 편입 한도 기준이 ‘전월’ 수치를 바탕으로 정해진다는 점이다. 직전 한 달간의 평균 시가총액이 다음 달 기준치가 된다. 이 때문에 대장주 주가가 단기간 급등할 경우 지수 내 실제 비중을 즉각 반영하지 못하고, 펀드가 담을 수 있는 한도와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8일 기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15% 안팎까지 올라섰지만, 지난달 평균치를 기준으로 산정된 이달 펀드 편입 한도는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의 경우 기준치는 21%로, 현재 시가총액 비중(약 24%)을 밑돈다. 이달 들어 두 종목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지수와 펀드 간 비중 괴리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 펀드매니저는 “반도체 대장주들이 시장 전체를 견인하며 시가총액 비중을 빠르게 키우고 있지만, 전월 수치에 묶인 현행 규제가 액티브 펀드 운용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실시간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도 산정 방식은 액티브 운용사들로 하여금 사실상 지수와의 경쟁에서 불리한 출발선에 서게 만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간 차가 존재하는 현행 규제는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추구하는 액티브 펀드의 취지에 맞지 않는 과도한 운용 규제”라며 “현재 시가총액 비중을 그대로 담을 수 있도록 한다고 해서 분산투자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