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가 오는 6월 주식시장 거래 시간 연장을 본격 추진한다. 오전 7시부터 주식 매매가 가능해지는 등 투자자 편의성은 높아질 전망이지만, 일각에서는 유동성 분산에 따른 가격 왜곡과 투자 피로도 누적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뉴스1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회원사에 거래시간 연장 추진안을 공유했다.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인 정규장 시간을 전후로 프리마켓(오전 7~8시)과 애프터마켓(오후 4~8시)을 개설하는 것이 골자다. 시행 목표 시점은 올해 6월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하루 약 13시간 동안 주식 매매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거래 시간이 늘어날수록 유동성이 분산돼 호가창이 얇아지고, 적은 주문에도 주가가 급변하는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개인투자자는 “거래량이 적은 시간대에 대량 주문이 유입되면 주가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며 “미국 증시 소식이 오전 7시 프리마켓에 선반영될 경우 실시간 대응이 강제돼 투자 피로도가 극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애프터마켓에서 얇은 호가 탓에 차트가 왜곡되는 현상을 목격해오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유동성 분산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시장 유동성이 하루 전반에 걸쳐 분산되고, 시간대별 유동성 편차가 심화될 수 있다”며 “이는 개별 종목의 가격 왜곡을 유발하고, 시장 전체적으로는 가격 발견 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만 거래시간 연장이라는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그럼에도 글로벌 유동성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거래시간 연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글로벌 투자 자금 유치 측면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글로벌 흐름과 투자자 선택권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을 추진하는 등 주요 시장들이 거래시간 확대에 나서는 만큼, 국내 증시도 접근성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안착을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모든 종목을 일괄적으로 허용하기보다 시가총액이 크고 변동성이 낮은 우량주 위주로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정보력과 자금력에서 불리한 개인투자자를 고려, 기존 애프터마켓에서와 같이 공매도 등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업계에서는 거래소가 거래 시간 연장을 서두르는 배경으로 대체거래소(ATS)의 성장세를 꼽는다. 지난해 출범한 넥스트레이드(NXT)가 프리·애프터마켓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자 본격적인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NXT의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거래량 한도인 ‘15% 룰’에 육박하자, 한국거래소는 한시적으로 거래 수수료를 인하하며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 시간 연장이 글로벌 추세인 것은 맞지만, NXT가 제도를 만들어 놓은 뒤 이를 따라가는 것은 점유율 방어 성격이 짙다”며 “점유율 규제를 받는 NXT 입장에서는 거래 시간 우위마저 사라질 경우 경영상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