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의 과도한 해외주식 거래 이벤트에 제동을 걸자, 업계의 마케팅 화력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연금 상품으로 급속히 옮겨붙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비대면 상품인 ‘다이렉트 중개형 ISA’와 연금저축계좌의 온라인 주식거래 수수료 우대 혜택을 올해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투자자들은 일반 수수료(0.139%) 대신 유관기관 수수료 수준인 0.0036%만 부담하게 된다. 사실상 ‘제로 수수료’를 내세워 장기 투자 자금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현재 우대 수수료 이벤트를 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해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있다. 삼성증권(0.0036396%)과 KB증권(0.0044792%), 신한투자증권(0.0036396%)은 올해 중개형 ISA 계좌를 개설한 고객에 한해 평생 혜택 수수료를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ISA 계좌 개설 시 온라인 국내 주식 매매수수료를 0.0031833%로 업계 최저 수준으로 제공한다. 다만 이벤트 기간이 오는 2월 28일까지로 짧은 편이다. 또 2월 13일 이후 매매분부터는 0.0036396%를 적용한다.

ISA 시장은 ‘절세 열풍’을 타고 가파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가입자 수는 719만명, 유입 자금은 46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2월 600만명을 돌파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100만명이 신규 유입될 만큼 성장세가 매섭다.

특히 투자자가 직접 종목을 고르는 투자 중개형 가입자가 613만7000명으로 전체의 85.4%를 차지한다. 은행이 주로 취급하는 신탁형과 일임형 가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 증권사 ISA 계좌로 몰리는 이유기도 하다. ISA는 계좌 내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합쳐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장점이 있다. 일반형 기준 200만원(서민형 400만원)까지는 비과세, 초과분은 9.9% 분리과세 혜택이 있다.

증권가에서는 ISA 자금을 타사로 옮기거나 만기 후 연금계좌(IRP·연금저축)로 이전할 시 전환액을 두 배로 인정해 혜택을 제공하는 등 장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활발하다. 키움증권은 올해 3월 말까지 타사에서 ISA 계좌를 이전하는 경우, 순입금 금액 산정 시 이전 금액의 2배를 입금액으로 인정해 최대 100만원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그 외 신규 개설·타사 이전 고객 전원에게 상품권 1만원을 증정한다.

다만 증권사 간 우대 수수료와 현물성 이벤트가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지면서 고객 유치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최근 환율 변동성 등을 이유로 해외주식 마케팅 자제를 강하게 요청한 상황이라, 풍선 효과로 인해 국내 주식 및 연금 상품으로 마케팅 화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024년 말 증권사들이 개인연금저축 상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묶은 순입금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퇴직연금 경품 한도인 3만원을 훌쩍 넘긴 경품을 제공하자, 금융감독원은 IRP에 대한 가입 유도로 볼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관련 이벤트를 조기 종료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초 ISA 만기 자금이 연금으로 많이 전환되고, 타사 연금 이전, 납입 수요가 크게 생기다 보니 관련 이벤트도 활발히 나온다”며 “장기 고객을 ‘락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증권사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