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실적 부진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서학개미’들의 팬덤은 더 견고해지고 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일(결제일 기준)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테슬라로 집계됐다. 3억7416만달러(약 5442억원) 규모다.

테슬라 주가 상승의 2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TSLA 불2X 셰어즈’ 상장지수펀드(ETF)도 2억8104만달러(약 4088억원)어치를 샀다. 이 ETF는 순매수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종목의 합산 매수액은 약 1조 원 규모로, 이 기간 전체 미 주식 순매수액의 44%에 달한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16일 사상 최고치(489.88달러)를 찍은 뒤, 간밤 435.80달러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11% 하락했다. 로보택시 기대감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 쇼크’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4분기 인도량(약 42만 대)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전년 대비 16% 급감한 데다, 연간 판매량마저 중국 BYD에 1위 자리를 내준 여파다. 특히 지난 5일 엔비디아가 로보택시 진출을 선언하자 경쟁 심화 우려에 주가는 4% 넘게 더 빠졌다.

그럼에도 국내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테슬라가 로보택시 외에도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을 하고 있고, 모두 올해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 관련 기대감을 계속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 전망은 크게 나뉜다. 베어드증권의 벤 칼로 애널리스트는 올해 테슬라의 로보택시 확대, 신형 전기차 출시,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 판매에 대한 정보 구체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등에 주목하며 목표가를 548달러로 책정했다. ‘테슬라 강세론자’로 알려진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5일 리포트를 내고 테슬라가 향후 10년간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약 70%를 점유할 수 있다며 목표가 600달러를 제시했다.

반대로 매출과 이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차 부문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월가에선 올해 테슬라의 예상 인도량을 약 180만대로, 2년 전 예상치(300만대)와 비교해 크게 낮췄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모닝스타는 로보택시 사업에 지나치게 높은 가치가 부여되고 있다며 목표가를 300달러로 제시했다. 개미들의 기대와 달리 시장의 냉정한 평가는 아래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의 구체적인 사업 전략과 중장기 전망은 한국 시각 오는 29일 새벽으로 예정된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을 예정이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2030년 로보틱스 영업이익의 약 70%를 마진율이 높은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에서 창출할 전망”이라며 “이는 하드웨어 판매 중심의 전통적인 제조업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넘어 AI 플랫폼으로서 재평가되는 핵심 근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