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출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이 기사는 2026년 1월 8일 16시 5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홈플러스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정조준했다. 김 회장을 포함한 4명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검찰이 과연 김 회장까지 신병 확보에 나설 수 있을지를 두고 반신반의해 왔다. 그만큼 검찰이 직접적인 개입 및 고의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그동안 MBK파트너스는 김 회장이 홈플러스의 상황을 공유받긴 했지만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진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김 회장 등은 오는 1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만약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는 개시 이래 최대 암초를 만나게 될 전망이다.

◇ 13일 구속 여부 결정... 사기적 부정거래 인정되면 금융 제재

8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김봉진 부장검사 직무대리)는 전날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 김정환 부사장, 이성진 전무 등 4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3일 오후 1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형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는 실질적 구성 요건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며 “다만 사기적 부정거래로 인정되면 과징금 등 금융 제재가 훨씬 크게 따라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회장과 김 부회장 등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도 82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한 뒤 기습적으로 기업 회생을 신청,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다고 봤다.

한국기업평가는 작년 2월 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강등했는데, 나흘 뒤인 3월 4일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채무 상환을 법원 보호 아래 중지했고, 새로 투자한 채권자들은 바로 손실을 입게 됐다. 검찰은 이 일련의 과정이 우연이 아니라 치밀하게 시간차를 계산한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혐의가 김 회장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다. 검찰은 김 회장 등 MBK파트너스 임원진이 지난 2023년 말부터 적자 상황을 직접 보고받았으며, 늦어도 작년 2월 중순에는 신용등급의 하락 가능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하고 있다.

◇ 의사 결정 직접 관여 여부가 핵심... 검찰, 증거 확보했나

검찰은 김 회장이 기업회생 신청 등의 의사 결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사(MBK파트너스), PEF(홈플러스에 투자한 펀드), 포트폴리오사(홈플러스)로 법적 주체가 나뉘는 사모펀드의 구조적 특성상, 김 회장 입장에서는 ‘발행 주체는 홈플러스이고 운용사는 주주로서 거버넌스만 행사했을 뿐’이라는 논리를 방패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들여다보는 지점은 김 회장의 형식적 직함이 아니라 실질 지배 및 지시 여부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 등 조사를 통해 증거들을 수집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김 회장이 의사 결정에 대해 사전 보고를 받고 의사 결정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이메일이나 메신저 등의 증거로 뒷받침된다면, ‘내가 회사 운영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김 회장의 주장은 힘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김 회장의 ‘개입’ 여부를 증명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뿐 아니라 다른 모든 피투자사의 재무 상태와 실적에 대해 매주 월요일 회의에서 보고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보고는 ‘공유’에 가까운 개념이라는 게 MBK파트너스 측 입장이다. 즉, 김 회장은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에 대해 공유는 받았지만 채권 발행 및 기업회생 등 중요 결정을 지시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에도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 등 ‘증거’에 대한 내용은 적시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회장 등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지도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다. 일반적으로 재판부는 범죄 혐의의 소명뿐 아니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 영장 발부를 결정한다. 검찰은 김 회장이 미국 국적 보유자로 장기간 해외에 체류했던 전례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김 회장이 이미 지난해부터 출국금지 상태에서 수사를 받아온 만큼,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은 지난해 5월 김 회장이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를 한 바 있다.

◇ 檢, 사기의 ‘고의성’ 입증해야... 웅진 사건에선 무죄 판결

향후 검찰이 김 회장 등을 기소해 재판에 넘기면, 사기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김 회장뿐 아니라 김 부회장 등 다른 임원들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다.

단기채, 유동화증권 발행에서 대체로 법원이 보는 포인트는 ‘투자 판단에 중대한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했는가’이다. 즉 등급 하락 위험이나 회생 가능성이 ‘중요 사실’로 평가되는지, 발행 및 판매 과정에서 그 사실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그리고 그 때문에 투자자들이 매수 결정을 했는지 여부가 연결돼야 한다.

김 부회장은 “단기채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회생 신청 결정도 신용등급 하락 이후에야 이뤄졌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이런 주장과 달리 MBK파트너스가 채권 발행 전 회생을 결정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검찰이 승기를 잡게 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웅진홀딩스의 기업어음(CP) 발행 사태에서도 재판부는 CP 발행에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봤고, 결국 무죄로 판결한 바 있다.

윤석금 회장은 지난 2012년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웅진홀딩스의 신용등급 하락 및 기업회생 신청을 앞두고 1198억원 규모 CP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이번 홈플러스의 경우와 유사하게 “웅진그룹이 경영난 및 유동성 위기를 숨긴 채 CP를 발행해 투자자를 속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198억원 중 회생 신청 결정 전 발행된 1000억원에 대해서는 “윤 회장이 코웨이 매각 등으로 유동성 확보를 시도했으며, 매각이 원활히 이뤄졌다면 CP를 포함한 채무를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고의로 투자자들을 기망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회생 결정 후 발행된 198억원에 대해서는 “이미 발행된 CP의 만기 연장을 위해 발행된 것”이며 의사결정 구조상 윤 회장의 개입 없이 실무자들이 발행했다며 무죄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