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회원 이모씨는 지난 5일 신용카드 배달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쿠팡 전용 신용카드가 발급됐으니 자택에서 수령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카드 발급 사실이 없는 이씨가 반문하자, 상대방은 “쿠팡 때문에 명의가 도용됐을 수 있다”며 1544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해 문의하라고 안내했다.

이씨가 해당 번호로 전화하자 고객센터 직원이라는 사람은 이씨의 계좌번호 뒷자리를 말하며 새로 발급된 카드의 이용 금액이 계좌에서 빠져나가도록 설정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실제 계좌번호가 달라 보이스 피싱을 직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씨는 “카드 배달원이 내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전화번호도 010으로 시작해 바로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서울의 한 쿠팡 물류센터. /뉴스1

쿠팡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불안 심리를 이용한 금융 범죄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 다수가 쿠팡 회원인 만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쿠팡 관련 보이스 피싱과 스미싱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스미싱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악성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유도하거나 개인 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쿠팡 관련 보이스 피싱 의심 신고가 금융감독원·경찰에 접수되고 있다. 이씨가 겪은 쿠팡 신용카드 발급을 미끼로 한 수법도 다수 접수됐다. 공공기관을 사칭해 개인 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거나, 이에 따른 보상을 진행한다며 불법 인터넷 주소(URL)에 접속하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많았다.

쿠팡 수사 차원에서 피해자 진술이 필요하다며 공문 수령을 빙자하고, 쿠팡에 주문한 물품 배송이 지연·누락됐다며 홈페이지에 접속을 요구하는 수법도 있다. 모두 가짜 홈페이지에 접속하게 만든 뒤 자금 이체를 유도하는 것이다.

일러스트=조선DB

금감원은 보이스 피싱 조직들이 과거에 확보한 개인 정보를 토대로 쿠팡 관련 보이스 피싱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 보이스피싱 의심 사례가 늘고 있다. 쿠팡을 이용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쿠팡 관련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 중 금전 피해가 발생해 계좌 지급 정지 신청까지 한 사례는 없다. 금감원은 2차 피해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점검 중이다. 금감원은 작년 12월 18일 소비자 경보를 종전 주의에서 경고로 격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