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초대형 증권사 ‘빅2’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각 사의 총수를 보좌하며 야전 사령관 역할을 맡은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성환 사장이 IB(기업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철저한 성과주의를 무기로 강한 돌파력을 보여준다면, 김미섭 부회장은 글로벌 펀드 운용을 바탕으로 긴 호흡의 역량을 중시하는 ‘전략가’ 면모를 띤다.

특히 올해 양사가 동시에 닻을 올리는 IMA(종합투자계좌) 사업은 두 수장의 리더십 색깔과 경영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 사령탑인 김성환 사장과 김미섭 부회장이 ‘IMA 대전’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로 ‘포스트 빅2’의 청사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두 수장의 리더십 차이는 뚜렷하다. 김성환 사장은 증권사 존재의 이유를 ‘수익’으로 증명하도록 하는 전형적인 카리스마형 리더다. “성과가 있는 곳에 충분히 보상한다”는 철학 아래 조직원의 야성을 깨우고, 보신주의를 배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성환표 성과주의’는 당장 숫자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 1조원을 넘었다. 증권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도 ‘1조클럽’이라는 영예를 얻는데, 반기 순이익만 1조원을 넘기는 이례적인 성과를 낸 것이다. 이 같은 기조는 IMA 사업을 통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투는 대규모 자본과 공격적인 영업을 앞세워 IMA 시장 선점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업계의 관심은 김성환 사장 특유의 강한 드라이브가 수익률이라는 양적 성과뿐 아니라 장기 리스크 관리 등 질적 성과도 끌어낼 수 있을 지에 쏠린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의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일각에선 한투 특유의 공격성이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IMA 첫 인가 직후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한국투자증권과 지주 경영진과 면담하는 모습./금융감독원 제공

반면 김미섭 부회장은 치밀한 ‘전략형 리더’로 꼽힌다.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해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내는 데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스타일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행보는 김 부회장의 리더십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평가다. 국내 IB에 치중하기보다 일찌감치 글로벌 자산 배분과 자산관리(WM)를 핵심 성장축으로 키워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고도화된 자산관리와 디지털 자산 등 금융 혁신의 최전선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부회장의 전략적 리더십에 따라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실적 개선을 이루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다만 이런 ‘긴 호흡’이 치열한 경쟁에서 자칫 ‘느린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실제로 미래에셋이 글로벌 자산 배분과 AI 혁신을 외치는 동안, 정작 치열한 점유율 경쟁에선 다른 증권사의 속도전에 밀리는 모습이 간혹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 본사 센터원빌딩 전경

두 수장의 리더십에 차이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이들의 뿌리와 이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성환 사장은 IB 현장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영업맨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효율성과 결과를 중시하는 IB 특유의 DNA가 그의 리더십을 형성한 셈이다.

김성환 사장은 경영전략회의나 전국지점순회 등 직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단계별 목표와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조직 장악력이 높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부회장은 전략형 리더로 평가된다. 또 그는 미래에셋증권이 브라질·인도 등 신흥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이를 주도하면서 국제 감각을 쌓았다.

시장에서는 공격적인 IB 영업에 익숙한 한투가 IMA 특유의 장기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또 글로벌 확장에 주력해온 미래에셋이 치열한 국내 IB 시장에서 얼마나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지를 관전 포인트로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MA 사업은 두 증권사가 오랜 시간 내재화해 온 리더십을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무대”라며 “같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투의 적극적인 수행력과 미래에셋의 전략적 운용이 뚜렷한 온도 차를 보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